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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06년 9월 2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 토지정의시민연대 논평


동아일보는 서민과 중산층을 그만 울려라!

"서민 중산층 함께 울리는 이념형 부동산 대책". 9월 22일자 동아일보(이하 동아) 사설의 제목이다. <동아>는 이 사설을 통해 정부가 얼치기 이념형 부동산 정책을 고집하는 바람에 서민들은 치솟는 전세금 때문에 괴로워하고, 중산층은 고분양가로 낙담하고 있다며 정부를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동아>사설을 인용해 보자.

"주택 시장의 수요 공급을 무시한 부동산 대책이 서민의 주택 전세금을 올려놓고, 내 집을 마련하려는 중산층에게는 고(高)분양가를 안겨 주었다. 서민을 위해 만들었다는 주택정책이 거꾸로 서민과 중산층에게 고통을 안겨 주게 된 것이다. 현실을 외면한 설익은 이념형 정책이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엔 수요가 큰 중대형 규모를 줄이고 서민을 위한 중소형 주택을 짓겠다고 하는 바람에 서울 강남의 경우 40평형대 이상 주택 가격을 치솟게 했다.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시작한 판교신도시가 오히려 강남, 성남시 분당 일대는 물론이고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판교신도시 분양가는 평당 1800만 원으로 인근 분당의 실거래가와 비슷해 폭등한 아파트 가격을 공인(公認)해 준 꼴이 돼 버렸다.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금 상승은 지방 대도시로 번져 나가고 있다. 집주인들이 보유세 상승분을 전세금과 월세에 전가(轉嫁)하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이다. 주택을 사려던 사람들이 높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구입을 미뤄 전월세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몫 거들고 있다.

…이 정부의 얼치기 이념형 대책은 시장의 역풍(逆風)을 맞아 총체적 실패를 불렀다. 참담한 결과를 만들어 놓고도 부동산 대책 관련 부처 공무원들은 '잘했다'고 훈장을 가불(假拂)해 나누어 가졌다. 서민과 중산층이 울고 있는데도 정부는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서 잘못 들여놓은 발을 뺄 생각도 안 하고 있다."

<동아>가 언제부터 서민과 중산층을 그렇게 걱정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이제라도 서민과 중산층 생각을 그리 애틋하게 한다니 천만 다행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제의 부동산 문제에 대한 <동아>의 진단과 처방은 낙제점을 면할 수 없을 듯 하다.

1. 완전히 빗나간 <동아>의 부동산 문제 진단

먼저<동아>의 주장 가운데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엔 수요가 큰 중대형 규모를 줄이고 서민을 위한 중소형 주택을 짓겠다고 하는 바람에 서울 강남의 경우 40평형대 이상 주택 가격을 치솟게 했다.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시작한 판교신도시가 오히려 강남, 성남시 분당 일대는 물론이고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라는 주장을 보고 있노라면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판교신도시에 공급될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물량이 애초 계획과 달리 격감해서 강남벨트 등의 가격 상승을 촉발했다는 것이 <동아>주장의 요지인데, '공급물량 격감'은 사실과 다르다. 애초 판교신도시에 분양될 25.7평 초과 공동주택은 7465호였고 그 중 아파트가 5611호였다.

이것이 공동주택 6343호, 아파트 4566호로 각각 변경되었다. 즉, <동아>의 주장과는 달리 판교신도시에 공급될 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고작 1000호가 줄었을 따름이다. 판교신도시에 공급될 중대형 아파트 중 무려(?) 1000호가 감소해서 서울 강남의 40평형대 이상 주택 가격이 치솟았다는 <동아>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처럼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과장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독자들에게 관철시키고자 하는<동아>의 태도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판교신도시가 강남벨트는 물론이고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는 <동아>의 주장도 그리 신빙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주지하다시피 강남벨트 등의 아파트 가격이 국민의 정부 말부터 폭등을 거듭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불로소득을 쫓는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다. 물론 저금리로 인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도 보조적 역할을 했다.

강남벨트 등에 투기적 가수요가 만연해 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그 중 몇 가지를 들자면 강남벨트 등에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타 지역을 압도한다는 점,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전국 최저 수준이라는 점, 다주택 소유자가 강남벨트에 집중돼 있다는 점 등이다.

위의 실증적 증거들이 잘 보여주듯이 강남벨트 등의 주택 가격이 폭등한 것은 판교신도시에 공급될 중대형 주택의 규모가 줄어들어서도, 강남벨트 등에 주택공급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강남벨트와 신도시, 나아가 수도권 소재 주택 가격을 폭등시키는 것은 단연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다.

또한 <동아>는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금 상승은 지방 대도시로 번져 나가고 있다. 집주인들이 보유세 상승분을 전세금과 월세에 전가(轉嫁)하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이다. 주택을 사려던 사람들이 높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구입을 미뤄 전월세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몫 거들고 있다."라며 정부의 '세금폭탄'(?)정책이 전세금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동아>의 주장처럼 전세금 상승의 주된 원인이 집주인들이 보유세 상승분을 전·월세에 전가하기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토지와는 달리 건물에 부과되는 보유세는 전가(轉嫁)가 가능하다.

그러나 익히 알다시피 모든 정책에는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겨냥하고 있는 주된 목표가 집값안정이고 이를 이루기 위한 주요 수단이 보유세와 양도세 등의 세제라면 이에 수반되기 마련인 부작용은 차차 해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한편 <동아>의 주장을 꼼꼼히 살펴보면 무척 고무적인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된다. 그건 다름이 아니라 "주택을 사려던 사람들이 높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구입을 미루고"있다는 사실이다. 만약<동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투기적가수요 억제에 성공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살핀 것처럼 근년 들어 강남벨트 등에 소재한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적 가수요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정부는 이를 억제하기 위해 세금폭탄(?)이라는 누명(陋名)까지 써 가면서 종부세 및 양도세 현실화 정책을 사용한 바 있다.

한편 일부 언론의 호들갑과는 달리 종부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고가 주택은 전체의 1.2%밖에 되지 않을 만큼 소수이다. 그런데 보유세 부담이 무서워-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고작 종부세 과세대상이다-주택 구입을 미루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려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고가 주택 구입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고가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는 <동아>가 사설 모두(冒頭)에 밝힌 "주택시장의 수요 공급"의 원칙을 따를 때 당연히 도출되는 결론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탓 만 하는<동아>의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설마 <동아>가 바라는 것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에 들떠 너도 나도 주택 구입에 나서고 그 결과로 전세가격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겠는가?

2. 부동산 문제에 대한 <동아>의 처방 역시 틀렸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동아>가 내놓은 처방도 어처구니없기는 매 한가지다. "주택시장의 수요 공급" 운운하는 것으로 보아 <동아>는 서울과 수도권에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집 값 안정과 전세 가격 안정의 해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성 싶다.

만약 작금의 부동산 시장이 정상적인 시장이라면<동아>의 주장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작금의 부동산 시장은 투기적 가수요의 존재에 의해 가격 메커니즘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조건 아래 주택 공급을 대량으로 한다면 장차 공급과잉으로 인해 주택가격이 일시에 폭락하는 현상이 필연적으로 도래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동아>가 책임질 텐가?

3. 더 이상 서민과 중산층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하지 말라!

우리는 8·31대책 발표 무렵 <동아>가 보인 행태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당시 <동아>는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혁-종부세 및 양도세 현실화-을 세금폭탄(?)으로 매도하며 좌초시키고자 갖은 노력을 다 했다.

물론 그 당시에도 <동아>는 서민과 중산층을 들먹였지만, 기실 <동아>의 관심은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될 대한민국 1.2%에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8·31대책이 입법화 된 이후에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흔들려는 <동아>의 맹공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민 중산층 함께 울리는 이념형 부동산 대책"이라는 제목의 9월 22일자 사설도 이런 맥락 안에 자리한다.

<동아>를 위시한 보수언론들이 연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맹타하고 이를 틈타 한나라당이 8·31대책을 사실상 백지화시키는 종부세법 및 소득세법 개악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부동산 부자들은 <동아>를 필두로 한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의 활약에 마음 든든해하며 정권이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서민과 중산층은 지금이라도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동아>는 9월 22일자 사설에서 정부가 이념형 부동산 대책을 쓰는 바람에 서민과 중산층을 함께 울리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정작 서민과 중산층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동아>다.

<동아>에게 간곡히 충고한다. 지금이라도 부동산 부자들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서민과 중산층의 가슴을 후벼 파는 행위를 당장 멈추라! 그 길만이 <동아>가 그 동안 서민과 중산층에게 저질렀던 잘못에 대한 최소한의 사죄가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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