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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에 한나라당,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세력들이 안철수 신드롬에 시달리며 3파전이 될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역시 안철수 교수에 대한 평가는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으며 긍정적인 평가가 이따릅니다. 그동안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지적면모와 의견을 소통할줄 아는 수평적 리더쉽이 빛을 발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철수 교수의 멘토라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평가에 대해 누리꾼들은 대체적으로 비판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윤여준 전 장관은 보수세력의 책사라고 불리며 이번 토크콘서트 기획에 기여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윤여준 전 장관에 대한 고찰 이후에 안철수와 윤여준의 제3세력을 살펴보겠습니다. 

▲ 12일 오후 경남 창원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열린 '2011 희망 공감 창원 청춘콘서트'에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안철수 교수(왼쪽부터)가 대담을 갖고 있다.



윤여준은 누구인가

윤여준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단국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이 시기는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언론사 시기와 맞아 떨어집니다. 이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회창, 박근혜까지 이어지는 한나라당 전신과 현재의 한나라당까지 이르는 보수진영의 핵심책사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박정희 정권에서는 주일대사관 공보관, 싱가폴 대사관 공보관으로 근무했고, 전두환 정권에서는 11대 국회에서 전두환 당인 민정당 대표, 국회의장 공보비서관, 청와대 공보비서관을 거칩니다. 노태우 정권에서는 청와대 공보비서관, 정무비서관, 권력 2인자였던 박철언 정무장관 보좌관(차관급), 안기부장 특별보좌관으로 복무합니다. 김영삼 정권에서는 공보수석비서관, 환경부장관을 지내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정무특보로 발탁되어 정치권에 입문하여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됩니다. 2002년 이회창 후보 선거대책위 미디어본부장으로 이회창 홍보를 총괄했고, 2003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있다가 2004년 박근혜 대표가 이끈 총선거에서 한나라당 선거대책위 상임본부장을 지내며 전국 선거를 지휘합니다.

정치권을 떠난 후에는 경제신문인 재경일보 회장과 전두환의 고향인 합천 평화의 집 원장(평화재단)을 지내고 있습니다. 윤여준은 이회창, 박근혜에게 조언을 하고 있으며, MB 정부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현재는 보수 시니어 그룹 이론가(윤여준, 박세일, 김진현, 안병훈)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는 합리적 보수인 전원책, 이상돈 등과 맥을 같이 하지만 조갑제, 지만원, 김동일 등 수구세력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양상입니다.

그의 합리적 보수 이미지는 다음의 글을 통해 충분히 나타납니다.

 '이승만 정부나 박정희 정부는 비록 권위주의적 방식을 통해서나마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의 내용을 창출했다. 반면 노태우·김영삼 정부는 ‘지켜야 할 가치’를 민주화하는 ‘보수적 민주화’ 노선을 정착하는 데 실패했다. 그 결과 보수 정치의 몰락을 가져왔다. 정권을 (진보개혁 세력에게) 내준 것은 그 결과였다.

결국 각 정부가 시대적 과제를 어떻게 구현했는지의 문제가 있다. 내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이명박 정부가 내걸었다는 ‘새로운 보수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경제중심적 사고와 행태다. 과거 보수주의 정부들이 국민통합을 중시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기업가적 사고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한겨레21. 2009.4.3) - 윤여준 전 장관 인터뷰



윤여준 전 장관은 뉴라이트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역사관을 보면 뉴라이트와 닮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철수 서울시장과 윤여준 부시장?

안철수는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입니다. 본인이 출마하고 싶어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요구와 자격을 따지는 그야말로 선비입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이와 같은 안 교수를 보고 문재인 외에 국민들이 믿고 신뢰하는 정치인이 될만한 그릇이라고 평했습니다. 또한, 과거 보수주의의 모토가 성장주의, 국가주의, 반공주의였다면 안철수 교수는 안전, 환경, 여성, 복지 등 삶의 질을 대표할 수 있는 새로운 보수(뉴라이트가 아니라)의 아이콘으로 적임자입니다. 따라서 안철수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와 당선까지 담보된다면 윤 전 장관의 전략은 매우 성공적일 것입니다. 윤 전 장관의 말 그대로, 현 정당구조에 의문을 표하고 있는 국민이 많은 요즘 안철수 교수의 등장은 정당 판도를 바꾸는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난제는 있습니다. 첫째, 가장 큰 문제는 안철수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가 불투명한 것입니다. 안 교수 본인도 고사하고 있고 몇몇 언론사에서 급 진일보된 기사를 쓴 것 외에는 입장 표명을 하는데 그친 것입니다. 윤여준의 부추김에 안 교수가 끝내 고사한다면 이는 김칫국 퍼레이드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안철수 교수와 윤여준의 균형입니다. 안 교수와 윤 전 장관은 합리적 보수, 복지정책에서는 공통 분모를 보이지만 역사관, 지지층에서는 어긋납니다. 윤 전 장관은 과거 군사정권 및 독재정권에서 일했던 사람인지라 역사라고 일컬어지는 정당성이 결여된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정당성 없는 보수층을 끌어 모을 수 있겠지만, 안철수 교수의 범야권 지지층이 떨어져 나가게 하는 효과 역시 보일 것입니다. 실례로 안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 기사가 나간지 불과 이틀만에 안티 안철수의 기류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셋째, 서울시장이 된다고 할지라도 시의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서울시 의원들과의 관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윤 전 장관은 한나라당도 아니고 그렇다고 민주당도 아니라고 밝히며 제3당을 만들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제3세력이 된다면 서울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시의회 의원들과 마찰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런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안철수 교수의 정책과 비전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안철수 교수와 윤여준 전 장관의 잘못된 만남

안철수 교수는 서울시장에 출마할 충분한 자격 요건을 갖췄습니다. 이것은 비난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독재정권 및 군사정권의 핵심 참모로 살아온 윤 전 장관입니다. 윤 전 장관은 합리적 보수라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합리적 보수는 역사의식이 결여돼 있는 정당성 없는 보수입니다. 겉으로는 열린사회,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속으로는 독재정권을 찬양하며 폐쇄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교수의 합리적 판단과 이성을 존중하지만, 정당성 없는 정치세력과 함께 걷는다면 안 교수가 걷고 싶던 길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와 윤여준 전 장관과의 만남, 해프닝으로 끝날지 희극 혹은 비극으로 끝날지 그 결과를 앞으로도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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