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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비서관회의에 예정에 없이 참석해 "이번 정권은 돈을 안 받은 선거를 통해 탄생한 점을 생각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인 만큼 조그마한 흑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이데일리가 보도한 기사에는 무려 2만 5천개의 댓글이 달려 이명박 대통령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습니다.(이데일리 2011.09.30 10:59)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연달아 터지는 측근비리로 도덕성에 심한 타격을 입었음에도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다는데에 경의를 표합니다.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 본인 생각으로는 정말로 도덕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마키아벨리는 정치와 종교와 도덕을 구분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와 종교를 하나로 놓고 도덕만을 분리하신 분이니까요. 측근비리 이외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친인척 비리 역시 빼놓을 수 없지만, 이 글에서는 보수세력들이 이처럼 뻔한 거짓말을 반복하는데 대한 윤리적 고찰을 해보고자 합니다.


왜곡하거나 오해했거나 아니면 무식하거나

이제는 모두들 알고 계시겠지만 보수 신문인 조중동문을 비롯한 한국경제신문의 조직적인 신문사 담합을 통한 왜곡은 MB정부 3년 반 동안 느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같은 정책을 펴도 정권에 따라 논조가 달라지고, 야당이 약간의 빌미를 제공하면 이를 확대하여 보도하는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수구세력의 대변자 정규재씨는 한국경제신문 칼럼 '바보는 세율 높으면 세수도 늘 것으로 생각한다'에서 이 표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3년 전에 단행한 감세조치 외엔 이 같은 세수 증가를 설명할 다른 길이 없다. (한국경제 2011-06-27 17:07)


정규재씨는 감세조치에 의해 세수가 증가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1분위에 속하는 서민들이 5분위의 상위 20% 부자감세를 대신해 증세부담까지 안아가며 국가재정을 메워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전병헌 의원 블로그, 통계청이 증명한 '부자감세, 서민증세'

이렇게 기만적인 왜곡을 할 수 있는 까닭은 정규재씨가 의도적으로 오해했거나 아니면 무식하기 때문입니다. 무식하기 때문에 이런 기사를 썼다면, 한 신문사 칼럼을 쓰는 사람의 지적수준이 학사 따위밖에 없는 제 수준보다 낮은 것입니다. 만약 의도적으로 오해했다면 이것은 비난과 지탄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보수세력과 '정의란 무엇인가'


하지만 이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MB정부 및 수구세력은 도덕성을 논할 철학의 개념이 없습니다. 정규재씨의 다른 칼럼을 보도록 하죠.(정규재씨 스페셜이 되는듯 하네요) 정규재씨는 마이클 샌덜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비판하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공리주의와 신자유주의를 공격하는 데 바쳐진 책이다. 상인들은 폭리를 취하는 집단이며 국가는 개인의 미덕문제에 개입해야 하고 신자유주의는 자유지상적 사고여서 공동체 정신을 훼손한다는 것이 골자다. (중략)

예를 들어 그의 방법론으로는 결코 신종플루 백신을 처방할 기준이 도출되지 않는다. 그가 공리주의를 비판하는 데 동원하는 소위 로터리 게임의 상황이 바로 신종플루 처방의 우선순위 문제다. 그러나 대부분 국가들은 공리주의적 기준, 다시 말해 전염가능성 차단이라는 일률적인 기준에 따라 백신을 처방한다는 점을 기억하자.다른 기준은…? 아쉽게도 없다. 구제역 살처분도 마찬가지다. 샌델의 방법론으로부터는 구제역에 대처하는 그 어떤 기준도 도출되지 않는다. 살처분에 대한 과도한 보상이 축산농가의 전염 방지 노력을 훼손한다는 따위의 도덕적 해이 문제는 슬쩍 은폐된다. 시장적 인센티브야말로 개인을 살리고 동시에 전체의 공익을 증진시킨다는 엄연한 현실도 언급되지 않는다. 착하게 살기만 하면 만사가 해결된다?(중략)"


한국경제(2011-02-21 17:02)

이는 정규재씨의 지식수준을 의심케합니다. 이런 비평을 했을 때 한번이라도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어보고 썼는지 궁금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주요 내용은 행복, 자유, 미덕 이 세가지입니다. 행복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주장하는 공리주의이고, 자유는 평등을 근간으로 한 개인주의, 미덕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을 근간으로 하는 공동체주의를 이야기합니다.

공리주의는 공리주의자였던 존 스튜어트 밀에게까지 비판받았는데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에서 잘 보여지고 있습니다. 경제만을 쫓는 핍박한 사회가 어떤지를 잘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개인주의는 존 롤스로 대표되는데, '자유와 평등'이라는 상반되는 가치를 어떻게 균형있게 발전시킬까를 고민합니다. 경제학자인 존 롤스는 평등을 옹호하면서 불평등이 합리적인 상황일 수 있는 2가지 조건을 제시합니다. 첫째, '정보 등 기회의 균등이 주어질 것'과 둘째, '부자가 거둔 수익을 빈자에게도 나누어 줄 것'이 존 롤스가 주장하는 불평등이 합리화 될 수 있는 원칙입니다. 자유롭고 효율적인 경제활동을 하되, 불평등이 발생하므로 부자가 빈자를 돕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면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공동체주의는 전반적으로 존 롤스의 의견에 공감하지만, 칸트와 존 롤스의 개인주의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그 한계란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자녀를 방치하는 것은 개인주의의 관점으로는 비난 받을 일이 아닌 것입니다. 자녀 개인의 자유가 있고, 부모도 개인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개인주의의 시각으로 봤을 때, 자녀의 방치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이클 샌덜은 공동체주의를 주장하기에 이릅니다. 공동체주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을 바탕으로 사회적 목적에 부합하는 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관점으로는 자녀의 방치는 사회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마이클 샌덜은 존 롤스의 정의론 역시 타당하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개인주의의 한계를 지적한 것입니다. 따라서 정규재씨가 지적한 신종플루와 구제역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신종플루 예방접종은 일부의 사람만이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로터리 방식으로 혜택을 본 이들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돕는 것이 해결책입니다. 둘째, 구제역 역시 피해농가들이 본 피해를 구제역으로 인해 혜택을 받은 이들이 이 농가들을 지원해주는 것이 해결책이 되는 것입니다. 셋째, 축산 농가에 대한 과도한 보상이 전염 방지 노력 훼손이라는 도덕적 해이는 '과연 축산 농가가 혜택을 받을만한가' 라는 사회적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사고를 통해 결정하면 되는 일입니다.

정규재씨는 자신의 얄팍한 지식수준 탓은 하지 않고, 개념있게 책을 읽은 100만 독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며 칼럼을 마무리 합니다.

우리 사회의 열악한 지적 수준을 반증하는 열풍들이다.
한국경제(2011-02-21 17:02)


이렇게 보수세력은 '정의'에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거나 폄하합니다. 이것은 합리적인 사고와 이성적인 사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합니다. 이런 사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도덕적으로 완벽한 MB정권' 발언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뻔뻔한 거짓말이 자행됨에도 보수세력은 어떤 성명이나 비판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보수세력의 도덕성과 정의에 관한 인식이 얼마나 박약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MB정권 도덕성 부재, 행복할 수 없는 대한민국 국민 

이명박 대통령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의해 정치를 하고 계시기 때문에 도덕적인 결함이 없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깨끗하고 청렴한 도덕성을 기대했던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행정학에서는 브룸(Vroom)이 주장한 기대이론이란 것이 있습니다. 기대이론에 의하면 기대했던 것과 보상이 다르면 동기가 감소합니다. 우리나라를 조직이라고 가정하고 국민을 구성원이라고 가정했을때, 도덕성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그에 따른 보상을 받지 못함에 따라 행복이 감소할 것입니다.

행복은 나만의 행복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공리주의도 내 주변이 불행하다면 나 역시도 불행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도덕은 인간이 사회를 살아가는 규범적인 성격을 갖습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괄시하는 이들은 절대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MB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도덕성을 회복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정책을 펴실 것을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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