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나는 취재를 하기 위해 서울의 한 철거촌에 갔습니다. 어느 세입자 가정의 마지막 식사 자리. 목이 메인 가장은 밥을 잘 넘기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식사 자리를 지켜주기에는 벽은 너무 얇았습니다. 뚫려버린 담벼락 밑에서 나는 철거반원들에 맞선 주민들 속에 섞였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다니던 잡지사 부근의 문방구에 들러 볼펜 한 자루와 작은 공책 한 권을 샀습니다. 그것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시작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아저씨는 평생 동안 아무 일도 안 하셨습니까?” “열심히 일했어.” “그럼 무슨 나쁜 짓을 하신 적은 없으십니까?” “없어.” “그렇다면 기도를 드리지 않으셨습니까?” “기도도 올렸지.” “그런데, 이게 뭡니까? 뭐가 잘못된..
아우슈비츠에 먼저 도착한 친구가 알려주었다. “유리 조각을 쓰더라도 매일 수염을 깎게. 그러면 조금이라도 젊어 보일 테고 나치는 자네를 며칠이라도 더 써먹으려고 살려둘 테니까. 꼭 명심하게! 쓸모 있어 보이는 게 제일 중요하네.“ 고귀한 독일인은 인간 이하의 유태인을 존중해서 대우할 것이다. 가혹한 처사는 절대 없을 것이다. - 히틀러 나치가 모든 소지품을 꺼내라고 명령했다. 나는 한 묶음의 원고를 보여주며 간절히 부탁했다. “저, 이건 제가 심혈을 기울여서 쓰고 있는 원고입니다. 저는 어떠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이 원고를 꼭 간직해야 합니다. 제 말을... 이해하시겠습니까?“ “이 빌어먹을 당장 목욕탕으로가!” 그 날, 수용소에 도착한 유태인의 90%가 독가스가 나오는 가짜 목욕탕에서 목숨을 잃고 시커먼..
물 : 곤충과 새를 따라가면 물이 보인다. 마실 수 있는 1급수엔 가재가 산다. 집 : 구조선을 볼 수 있는 높은 곳, 그리고 물과 가까운 곳을 찾는다. 사냥 : 돌을 세게 떨어뜨리면 기절한 물고기가 물 위로 떠오른다. 불 : 렌즈 또는 비닐에 채운 물을 이용해 빛을 모은다. 식량 : 독버섯은 화려한 색을 띄고 불쾌한 냄새가 난다. 방위 : 북극성은 좋은 길잡이다. 폭풍 : 해파리가 해변가로 모이면 폭풍이 몰아칠 징조다. 친구 : 앵무새에게 말을 가르치는 등 동물과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 로빈슨 크루소
1945년 9월 8일 경성역 조선통운 창고. 낡은 상자를 찾은 역장. “그 사람들이 찾던 바로 그거야.” 수취인 ‘고등법원’. 2만 6천 5백 여 쪽. 3년 전 일본 경찰에게 압수당한 사건의 증거물. “원고를 찾지 못하면 13년의 노력은 물거품이 돼.” 1929년 일제 치하. 엄혹한 시절 흥분 속에 진행된 국민들과 학자들의 ‘세상의 모든 어휘 모으기’ ‘옛말’은 변천과정의 서술부터 어떻게 쓰였는지 다양한 예를 통해 보여준다. ‘방언’은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살리기 위해 꼼꼼히 조사한다. 옛말, 방언, 새말, 전문어, 고유명사 등. “이곳 방언을 규칙 없이 두어 말 적어드립니다. 백분지 일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 뒤에도 힘 있는 데까지 이어 적어드리려 합니다.“ - 길주 성진 지방 방언 조사 투고자 김여..
acros + polis 가장 높은 곳의 도시 아타네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해발 670미터의 석회암 지대에 위치한 위쪽의 도시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시민들은 정치 군사 종교에 대해 토론하고 투표를 했다. 그리고 높디높은 언덕 아래에 있었던 또 하나의 광장 버들가지 진열대에 물건을 진열하는 상인들과 공연을 펼치는 광대, 무용수, 마술사들 가득한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가 토론을 시작했다. 주제별로 무리지어 모여드는 시민들, 오가는 각종 정보들 아테네의 국정을 책임지는 관리들 정치 현안에 대해 관심 있는 시민들 물건을 사러 나온 사람들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토론의 달인이라 불리던 소피스트들의 강연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 북새통을 즐겨 찾던 또 한명의 시민 헝클어진 머리와 맨발 특유의 뒤뚱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