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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권력의 ‘법’과 국민 ‘상식’의 충돌
(블로그 ‘사람과 세상 사이’ / 오주르디 / 2011-12-23)

법원은 정봉주 전 의원의 주장이 ‘허위’란다. 하지만, 국민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1년 동안 감방 생활을 하게 된 정봉주 전 의원. 그의 죄목은 ‘허위사실 유포’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 조작에 연루됐다’고 주장한 것이 ‘허위사실’이란 얘기다. 법원의 판단은 ‘허위’라지만 많은 국민들은 정 전 의원의 주장을 ‘진실’로 믿고 있다.

국민들이 정 전 의원의 주장을 믿는 이유가 있다. 크게 두 가지다. BBK의 실소유주가 MB임을 밝혀주는 증거와 증언들이 많다. 또 BBK 수사가 의혹투성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증거물’과 증언들

1. ‘광운대 강연 동영상’

BBK 주가 조작사건 때문에 ‘대박’이 난 동영상이 있다. 2000년 10월 광운대에서 강연하던 MB는 BBK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전 요즘 한국에 돌아와 인터넷 금융회사를 창립했습니다. 금년 1월에 BBK투자자문회사를 만들었고 투자자문회사에 필요한 사이버증권회사 설립을 위해 정부에 예비허가를 제출했습니다. 6개월 걸려 예비허가가 나왔습니다.…… BBK는 금년에 시작했지만 9월 말로 28.8% 이익이 났습니다.”

2. 다수의 언론 보도

2000년 무렵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다수의 언론들이 ‘이명박 후보가 BBK(옵셔널벤처스)를 창업했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3. 다수의 유력한 증언들

▲ 박근혜 의원(2007년) - “5천 5백 명의 투자자에게 천 억대의 피해를 입혔고 피해를 본 사람이 자살까지 했던 사건이다. 주가조작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BBK는 누구의 회사인가?…… 실제 주인이 우리당의 모 후보라는 비밀계약서까지 나왔다.…… 차명보유에 위장전입에 위증교사에 금품 살포에 거짓말까지….”

▲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2007년) - “(BBK는)이명박 전 시장하고 김경준 씨가 공동대표로 있었던 회사다. BBK가 자신과는 관련이 없는 회사라고 계속해서 주장을 해왔으나 이번 보도에 따르면 사실상 공동대표라는 게 정관에서 밝혀졌다.”

▲ 박영선 의원(당시 MBC 기자) -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서울시청 앞 삼성생명 17층 BBK 사무실에서 이명박 후보를 인터뷰하면서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김경준을 ‘Arbitrage(차익거래)’의 귀재라고 극찬했다. 현장에서 저에게 ‘Arbitrage펀드’에 가입하라고 했고 그 펀드가 바로 ‘마프펀드’다. ‘요즘 기자들이 이명박 후보가 마프펀드(BBK 주가조작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펀드) 회장이라고 하던데요’하고 질문하니까 ‘마프 회장뿐입니까?’ 이렇게 답했다.”

4. 명함, 브로슈어

2001년 5월 이장춘 외무부 대사가 MB로부터 받았다는 명함에는 MB의 직함이 BBK, LKe뱅크, eBank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돼 있었다.

BBK와 ‘마프’와는 무관하다는 주장과는 달리 ‘이뱅크코리아’ 브로슈어 4쪽 ‘마프펀드’ 코너에는 MB와 김경준의 사진과 함께 MB를 회장(Myungbak Lee, Chairman)으로 김경준을 사장(Kyungjoon Kim, President)으로 소개하고 있다.

5. 도장

BBK의 사실상 주인이 MB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는 한글계약서 인감도장에 대해 검찰이 처음에는 MB의 것이 맞다고 하더니 갑자기 말을 바꿔 ‘위조’라고 주장했을 때 MB는 이미 엄청난 권력을 쥔 당선인 신분이었다. 그 후 ‘LKe뱅크’ 관련 서류에서 문제의 도장이 찍힌 서류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좌측 - BBK 계약서 도장 / 우측 - 금감원에 제출한 eBank 관련 서류에 찍힌 도장


거짓말과 많은 의혹들

▲ 도곡동 땅 의혹 - MB의 형이 대주주인 ‘주식회사 다스’가 BBK에 19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돼 있지만 사실 이 돈이 MB가 실소유주인 도곡동 땅을 팔아 조성한 자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땅의 ‘실소유주는 MB’라는 사실 입증의 ‘키’를 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돌연 미국으로 잠적하면서 조사는 흐지부지됐다. 얼마 전 한 전 청장이 귀국했지만 검찰은 “도곡동 땅 의혹은 수사대상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다스의 대주주 이상은 씨나 MB를 직접 조사한 적이 없어 의혹은 여전히 그대로다.

▲ BBK 설립 관여에 대한 거짓말 - 2007년 대선 당시 MB 측은 “BBK는 김경준이 설립한 것”이라며 “설립 당시 MB는 미국에 체류 중이었고 김경준을 처음 만난 건 2000년 이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짓말이었다. MB는 한국에 들어와 있었다. 1999년 10월 고대 경영대학원에서 특강을 한 사실이 네티즌에 의해 밝혀졌다. 김경준의 누나 에리카 김은 “1999년 봄에 한국에서 MB와 김경준이 만난 사실이 있고 출입국 기록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 김경준과의 결별 시점과 관련된 거짓말 - MB는 “나도 김경준 사기극의 피해자”라며 금감원이 BBK를 조사하자 김경준에 대해 실망해 그와 결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BBK가 금감원으로부터 등록이 취소(2001.4.28)된 이후에도 MB로부터 BBK 명함을 받은 사람이 있다.

▲ 김경준 송환요청 관련 거짓말 - 대선 당시 ‘BBK 연루설’이 확산되자 MB 측은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준의 한국 송환과 조사를 희망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다른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MB는 현지 대리인을 통해 ‘김경준 송환연기’를 신청했다. ‘송환 희망’ 주장은 의혹을 잠재우려는 ‘꼼수’였던 것이다.

▲ ‘마프펀드’ 관련 거짓말 - 대선 당시 주가조작을 위해 ‘LKe뱅크’에 자금을 흘려보낸 버진아일랜드 소재 ‘MAF펀드’의 실제 소유주는 MB라는 의혹을 제기되자 MB는 “(MAF라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BBK와 MB를 인터뷰했던 박영선 MBC 기자(현 민주당 의원)는 인터뷰 당시 MB가 스스로 ‘MAF’ 회장인 게 맞다고 말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당시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MB가 MAF펀드 가입에는 관여했지만 MAF를 지배한 게 아니다”며 괴상한 해명을 통해 ‘MB가 MAF 관여돼 있음’을 인정했다.

▲ 검찰과 김경준 사이 ‘거래설’ - 검찰이 “어차피 대통령이 될 사람이어서 수사가 안된다”며 “이명박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면 동생에게 3년을 구형해 집행유예로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식의 제안해 왔다는 내용이 담긴 ‘김경준 메모’는 숱한 의혹을 낳았다.

▲ 에리카 김 ‘기획입국’ 의혹 - 횡령과 주가조작,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준의 누나가 자진 입국 형태로 한국에 들어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에리카 김은 잘못을 시인했고 검찰은 그녀에게 기소유예 처분과 공소시효 종료를 선언했다. ‘면죄부 수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 미국 법원의 다스 소 취하 승인을 둘러싼 의혹 - 2003년 김경준이 140억 원을 빼돌렸다고 투자금 반환 소송을 냈던 (주)다스는 올 2월 돈을 돌려받았다며 소송을 취하했다. 돈의 출처가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소송 취하를 승인하지 않던 미국법원이 돌연 소 취하를 승인했다.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 통과 직후였다. 시점을 두고 의혹이 무성하다. BBK 주가조작 피해자들은 항소를 통해 소 취하 승인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정봉주 ‘역풍’, BBK 덮고 있는 거짓 벗겨 낼 것

BBK 의혹의 핵심은 주가조작에 MB가 관여했나 하는 것이다. 사법권이 ‘관련 없다’고 주장한 MB의 손을 들어줬지만 MB가 BBK에 연루됐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관련 증거와 증인이 수두룩하고 MB가 BBK의 실소유주라고 볼 수밖에 없는 증거와 정황 또한 부지기수다.

자신이 투자해 만든 회사, 직함은 회장. 정말 주가조작을 전혀 몰랐을까? ‘김경준 사장의 사기’가 수천 명에게 천억 이상 피해를 줄 때까지 그 회사 회장님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까? MB에게 의혹이 제기되는 건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정봉주 전 의원의 BBK 의혹 제기가 감옥에 가야 할 만한 범죄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상식이다.

국민들의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다. 법이라는 미명아래 상식을 죽인다면 법은 곧 ‘비상식’이 된다. 정 전 의원의 감옥행이 강력한 ‘역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바람에 BBK를 덮고 있는 거짓들이 죄다 날려갈 것이다. 국민은 ‘진실’을 원한다.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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