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30년 전 나는 취재를 하기 위해 서울의 한 철거촌에 갔습니다. 어느 세입자 가정의 마지막 식사 자리. 목이 메인 가장은 밥을 잘 넘기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식사 자리를 지켜주기에는 벽은 너무 얇았습니다. 뚫려버린 담벼락 밑에서 나는 철거반원들에 맞선 주민들 속에 섞였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다니던 잡지사 부근의 문방구에 들러 볼펜 한 자루와 작은 공책 한 권을 샀습니다. 그것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시작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아저씨는 평생 동안 아무 일도 안 하셨습니까?” “열심히 일했어.” “그럼 무슨 나쁜 짓을 하신 적은 없으십니까?” “없어.” “그렇다면 기도를 드리지 않으셨습니까?” “기도도 올렸지.” “그런데, 이게 뭡니까? 뭐가 잘못된..
세상이야기
2009. 10. 25. 1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