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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석좌교수 안철수씨는 황금어장이라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존댓말과 사람의 위치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저는 모든 직원들에게 존댓말을 씁니다. 그게 어떤 뜻이냐면, 회사에 있어 CEO 라는게 제일 위에 있는 높은 사람이 아니라 단지 역할만 다른 사람이다. 우리는 다 수평적인 사람이다. 역할만 다를 뿐이지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

가정에서도 존댓말로 싸운다는 안철수씨. 안철수씨를 보면서 살아있는 지성인임을 믿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조선시대에도 사람의 연령을 망라하고 ‘평교’라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이 평교는 10살 이하의 차이가 나면 서로 스스럼없이 말을 트고 지내는 관습이었습니다. 이 관습은 연령에 의해 할 수 없었던 자유로운 사상과 의견을 위한 소통에 크게 이바지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에게 평교란 그저 낮은 사람이나 지위가 낮은 이들을 부르는데 이용되는 낮추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한국어로 된 많은 웹사이트를 들여다보면 이 사실은 심각하게 부각됩니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 내 의견에 반말과 비속어를 사용하여 내 인격을 짓밟습니다. 평교란 상호간의 존중과 관용을 전제합니다. 이 전제가 뒷받침 되지 않는 한 그저 사람들을 낮추어 깔보는 언어가 될 뿐입니다.

우리나라 인터넷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

한편, 우리나라 인터넷 기술은 놀라운 수준입니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녀도 인터넷 접속이 안 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누구나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주목받을 수 있으며 자신의 주장에 대한 실시간 반응과 평가를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생각을 자유분방하게 나눌 수 있습니다. 비방과 욕설 같은 악플은 어쩌면 이러한 자유에 대한 약간의 부작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기리에 종영된 프로그램이자 케이블 TV로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보인 ‘슈퍼스타 K' 는 미국과 영국에서 방영된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두었습니다. ’슈퍼스타 K‘ 가 결정적으로 차별성을 둔 한 가지는 대중의 참여와 대중의 역할이었습니다. 많은 TV방영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하지만 평가방식에서부터 우승자까지 직접 대중이 개입하는 프로그램은 흔치 않았습니다. 이것은 인터넷과 이동통신 아젠다가 정착된 곳 이외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놀라운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중의 참여와 대중의 역할은 그 어느 곳에서 보다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한 사람에게 낙인을 찍을 수 있는 악플과 같은 부작용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력은 높으나 정신은 아직 미성숙한 문화지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온라인 평교, 존댓말의 필요성

저는 21세기 사이버 문화를 위한 ‘평교’를 제안합니다. 단, 말을 트거나 낮추는 것이 아닌 상호간의 ‘존댓말’을 통한 평교를 제안합니다.

안철수씨가 사람의 높고 낮음이 없고 역할만 다르기에 상호 존중해야 한다는 말처럼 우리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은 상호간의 존중입니다. 연령과 직종, 지위고하를 망라한 평등한 관계에서의 ‘존댓말’은 말하는 이에게는 심사숙고함을 듣는 이에게는 자유로운 상상력과 다양한 의견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입니다.

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오직 예능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고 또한 선도할 아젠다를 우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직접정치,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하는 끊임없는 토론과 의견, 그리고 무엇보다, ‘존댓말’을 통한 지성인 그리고 시민으로서의 성장을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