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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늑대소년'이 개봉 2주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보영과 송중기의 두 청춘남녀가 그리는 애틋한 로맨스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송중기가 연기한 순애보는 첫사랑의 아련함을 잘 묘사했습니다. 극중 송중기(철수)는 강인한 육체를 가졌지만 약한 마음으로, 박보영(소녀)은 약한 육체를 가졌지만 강인한 마음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감싸주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갑니다. 특히 영화의 따뜻한 조명은 '철수'를 끌어안기에 충분했고 '소녀'의 감성을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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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전개상 조금 억지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갔음에도 이렇게 많은 관객이 감동을 받고, 흥행을 이어가는 것은 서로의 약점과 아픔을 감싸 안고 우리도 모르게 사회 속에서 소외받고 있던 우리의 외로움과 감정을 대변하면서, 영화의 따뜻함으로 우리를 치유해주었기 때문은 아닐지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한편, 영화 '늑대소년'은 산 속에 버려진 늑대소년을 등장시키고 박보영(소녀)은 그 소년을 가르치면서 서로에게 동화되어 갑니다. 비록 영화의 늑대소년은 과학자가 만들어낸 창조물이지만, 특수교육(장애인 교육)의 효시가 되었던 '아베롱의 야생아'가 그 모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늑대소년의 모태 이야기인 '아베롱의 야생아'와 특수교육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아베롱의 야생아와 이따르


1799년 파리 교외 아베롱의 숲에서 사냥꾼에 의해 '아베롱의 야생아'가 발견 되었습니다. 그 소년은 숲에서 완전 야생으로 자랐으며 발견되었을 당시 11~12세 소년이었습니다. 소년은 산야를 발가벗고 달려 다니고 야수와 같은 생활을 하며 언어도 없었고 완전히 인간성을 상실한 듯이 보였습니다. 


이따르(Jean Marc-Gaspard Itard, 1774~1838)는 원래 외과 의사였으나 프랑스 혁명 당시, 정신병자의 해방으로 유명한 피넬의 영향으로 심리학적 문제에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후에 파리 농학교(청각장애학교) 교사가 되어 이비인후과도 습득하여 농아자(청각장애인)의 잔존청력의 차이를 조사하여 청력훈련을 했습니다.


이따르는 '아베롱의 야생아'가 환경 때문에 인간성을 상실하였다고 보고 생활환경을 보통 상태로 돌려 적당한 훈련과 교육을 하면 인간성을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소년을 자신이 키우기로 하고 이름을 '빅토르'라고 지어줍니다. 이따르는 빅토르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하여 자신의 의학적 지식을 기초로 하여 농아자(청각장애인)의 잔존청력을 훈련한 경험을 살려 교육했습니다. 


이따르가 실시한 방법은 첫째, 빅토르의 생활을 일상적인 것으로 변화시킬 것. 둘째, 강한 자극으로 감각을 불러일으킬 것. 셋째, 타인과의 접촉을 늘려 관념의 수를 증가시킬 것. 넷째, 필요한 때에 언어 사용훈련을 할 것. 다섯째, 생리적 욕구와 관련시켜 정신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 등이었습니다. 


이렇게 5년간의 고심하여 빅토르의 상태 개선에 노력했으나 기대 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하고 더욱이 사춘기에 이르러서는 다루기가 곤란해져 결국 이따르는 계획을 포기하게 됩니다.


이따르는 빅토르에 대한 교육이 실패했다고 결론짓지만, 이따르가 실시했던 방법은 빅토르의 감각을 전부 예민하게 하고 범위가 넓어졌으며 주의력, 기억력 등의 지능 전반에 걸쳐 그 기능을 향상시켰습니다. 또한 인간다운 감정도 눈을 떠 타인과의 래포(rapport)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따르의 실험은 지적장애인의 훈련 및 교육에 대해 교두보를 형성하였고 이따르의 제자이자 특수교육의 체계를 이룩한 인물인 세강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수교육(장애인 교육)은 왜 필요한가?


장애인에 대한 역사적 개관은 철학적 가치관에 의해 버려졌다가 보호를 받는 등의 처참한 역사의 흐름을 겪었습니다. 이는 조소와 편견, 보호, 교육의 과정을 거칩니다. 고대에 장애인은 죽임을 당했거나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었지만, 현대에 의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평균 수명이 연장되면서 만성질환 및 장애 인구의 증가를 초래하게 되었고, 장애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 또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 나라 인권의 기준은 중간 값으로 잡지 않는다.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있는가가 기준치다.


-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회적 소수자인 장애인은 한 사람의 인간이자 대한민국 시민이기에 마땅히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어떤 이는 비장애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통합교육이 아닌 분리교육을 이야기하지만, 이는 명백한 차별로 원하는 장소에서 한 인격체의 교육받을 권리를 장애를 가졌단 이유만으로 박탈하는 주장입니다. 또한 이는 시스템의 문제로 장애학생의 학습을 돕고 문제 행동을 돕는 특수교육실무사의 배치를 늘리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사안입니다.


이와 별개로 경제적 이유에서 특수교육은 지지를 받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장애아가 출생할 경우 그 가정의 양육자 중 한명은 경제력을 상실하고 양육을 부담해야 하는데 적절한 특수교육적 지원을 받으면 양육자의 경제력을 유지 또는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 특수교육적 지원을 담당하는 인력인 언어치료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활동보조인 등의 교육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의 기본권을 지키면서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셋째, 고령화 사회로 산업인구가 급감한 것과 관련해 적절한 교육을 받은 장애인의 직업능력이 산업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등 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하게 하는 사회는, 스스로 인간의 인간성을 부정하게 만듭니다. 



장애등급폐지와 부양의무제


영화 '늑대소년'의 송중기(철수)가 2012년에 나타났다면 박보영(소녀)과 함께 같은 고등학교에서 여느 고등학생들과 다르지 않게 수업을 들었을 것이고 어쩌면 행복하게 서로에게 의지되는 짝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정치권도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심상정 후보는 장애학생 폭력 방지를 위해 논란이 된 현장에 직접 방문했습니다.





에이블 뉴스


문재인 후보의 국민명령 1호에는 장애등급폐지가 선정되었고, 안철수 후보 역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공약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복지법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법'에는 장애등급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등급은 장애인 복지를 위한 법에 오히려 차별을 만듭니다. 크게 4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장애등급제는 등급을 매겨 서비스를 획일적으로 판단합니다. 장애인은 개인차가 심하기 때문에 등급을 매길 수도 없을 뿐더러 획일적인 판단은 장애인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둘째, 장애등급제에서 등급이 하락될 때에는 기존의 복지서비스가 중단되어 장애인의 생계를 위협합니다. 장애인의 복지를 위한 장애등급이 오히려 생계를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셋째, 장애인 연금과 활동지원제도입니다. 장애인 연금은 1, 2급 장애인에게 한정되어 기초급여와 부가급여 도합 15만원 정도의 지원이 주어지는데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까지 자산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획일적으로 구획된 장애등급이 낮으면 연금을 받을 수 없고, 국가가 부양의무를 양육자에게 떠넘기는 잘못된 폐단으로 나타납니다. 활동지원제도는 급수가 낮음에도 활동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급수에 따라 나누는 것은 개인차가 심한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정책이라 볼 수 없습니다. 


넷째, 장애인복지인프라개편사업은 장애인등록, 욕구평가를 위해 제안된 정책이지만, 오히려 장애등급판정만 강화시키고 서비스 연계, 맞춤형 원스톱 서비스는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영화 '늑대소년'을 보면서 내심 해피엔딩을 기대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행복은 뜬구름처럼 우리에게 오지 않고, 차분히 준비하여 만들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철수가 47년 후 지금 우리에게 왔다면, 혹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가 철폐된 후에 왔다면 조금 더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분명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는 용기 있는 분들이 있어 희망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