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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가 개봉 5일만에 100만을 넘기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화에 힘입어 영화의 실제 이야기인 인화학교 사건을 다시 재조사하자는 여론까지 힘을 얻고 있습니다.(아고라 인화학교 재조사

'도가니'는 과거에 PD수첩이 2차례에 걸쳐 취재했었습니다(2005년 11월 1일 방송분2007년 6월 5일분입니다). '우석재단'의 친인척들이 청각장애 학교인 인화학교의 요직인 교장, 교감, 행정실장, 교직원을 모두 장악하며 청각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한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사건을 취재한 것입니다.

실제로 성폭력 관계자들은 재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망한 교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아,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을 했음에도, 단 하루의 실형도 살지 않고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뉴스엔 2009.9.27). 게다가 우석재단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 등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기는 커녕 학교이름과 소속 법인 정관 변경을 추진하여 이 사태를 무마시키려 하고 있습니다(연합뉴스 2011.7.6).

이 충격적인 내용을 접한 공지영씨는 이 이야기를 소설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군복무 중이던 공유씨가 이 소설을 접하게 되었고 영화화하자는 이야기를 건내면서, 마침내 영화 '도가니'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줄거리는 PD수첩이 방영한 실제 내용과 같습니다. 약간의 허구와 수화상의 오류가 있기는 하지만, 영화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줄거리는 영화 도가니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으니 생략하고, 영화를 더 재미있고 더 많은 내용을 보실 수 있도록 저는 특수교육과 관련된 부분과 도가니가 이야기 하는 작품설정과 사회상에 대해 적어 보겠습니다. 


'도가니'를 보시고, 오해 하실만한 내용들

청각장애 학생들은 소리를 못들을까요? 청각장애를 분류할 때 크게 청력손실, 청력도, 발생시기, 병변부위 등에 대해서 분류를 하는데, 청력손실에 따라 분류를 할 경우 경도난청, 중등도난청, 고도난청, 최고도난청, 농으로 구분을 합니다. 완전히 듣지 못하는 농을 제외하고는 보청기와 인공와우시술로 청각장애 학생들은 다양하게 소리를 접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속 청각장애 학생들은 전혀 듣지 못한다는 설정은 왜곡된 것입니다(시각장애도 마찬가지로 완전히 보지 못하는 맹을 제외하고 저시력 학생들은 세상을 조금은 볼 수 있습니다).

헬렌켈러를 기억하시나요? 헬렌켈러는 눈과 귀에 동시에 장애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장애는 중복으로도 갖게 됩니다. 영화에서 군것질을 좋아하던 학생이 귀(청각)와 지능에 동시에 장애를 가지고 있었는데 대표적인 중복장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복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 중에 인화학교 폐지를 언급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청각장애 학생들을 더 어렵게 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청각장애 학생들은 자신들을 '농인'이라고 부릅니다. 이 농인들에게는 비장애인과는 차별화되는 '농문화'라는 것이 있는데 이 문화는 청소년기부터 시작되어 성인기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렇게 모질게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하면서도 장애학생들이 인화학교를 떠날 수 없었던 이유는 졸업 후까지 이어지는 농문화를 이해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농인들은 학창시절의 문화가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인화학교의 학생들을 위해서는 우석재단의 족벌식 경영을 비판해야 합니다. 재단이사장이 사망한데 이어 이사장의 사위가 이사장이 되었습니다. 이에 이사장의 딸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만드신 건데 왜 이렇게 난리세요?" 재단이라는 의미 자체를 모르는 처사라 할 수 있습니다. 재단은 공익의 목적으로 설립한 것으로 사적 재산과는 전혀 무관한 것입니다(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재단처럼 자신의 최측근을 배치하는 것은 사회환원이라 보기 어려운 것이죠). 또한 피해학생들에 대한 재단차원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며(벌써 이루어졌어야 마땅하지만), 학생들이 믿고 신뢰하고 이 사태를 최초로 폭로한 양심적인 농인 교사인 전응섭 선생님(영화 속 공유의 모델)을 임용시켜야 합니다.


안개 낀 무진학교, 안개 낀 대한민국

소설 '무진기행'과 마찬가지로 영화 '도가니'의 안개 낀 무진시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무진기행과 도가니의 공통점은 '주인공은 나약하다'라는 사실과 '삶의 권력'에 짓눌려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소설 무진기행의 안개와 영화 도가니의 안개의 역할은 조금 다릅니다. 무진기행에서의 안개는 더러운 현실을 잠시 감추면서 주인공이 무진시에서 이상을 보게하지만, 도가니에서의 안개는 권력을 의미하면서 참혹한 부정과 부패라는 현실을 감추는 역할을 합니다. 공유는 그 안개 속에서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무진시의 안개는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상을 담고 있습니다. 사학재단, 재판부, 검사, 경찰, 변호사, 교회. 이 안개들은 무진시를 현실에서 조직적으로 왜곡하고 조작하고 농락합니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현실 역시 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이 안개들과 언론들은 무진시와 대한민국을 같은 안개 속으로 집어 넣습니다. 더 가슴아픈 현실은 사회의 최약자인 농학생들이 이 현실과 실제로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화는 공유가 무진시를 떠나 우연히 지하철역에 광고된 무진시를 보며 끝이납니다. 공유는 '삶의 권력'에 짓눌려 무진시를 빠져 나온 것으로, 사실상 나약한 주인공은 결국 농학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현실입니다. 세상이 부조리하다는 것도 알고 불합리하다는 것도 알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 이 현실 속에 살아가는 존재가 바로 우리라는 것입니다.


도가니의 안개 

안개를 걷히는 일은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권력에 대항하는 것 또한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른 주인공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세상 같은 거 바꾸고 싶은 마음,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다 접었어요. 난 그들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는 거예요.”

이 말은 '이제 사회참여를 포기했다'라는 말처럼 들리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사회참여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일입니다. '권력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는' 행위야 말로 사회참여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행위인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처럼 우리는 나약한 주인공입니다. 공유가 무진시를 보며 영화가 끝나는 장면을 저는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비록 우리가 무진시에서 권력에 대항할 수는 없지만, 관심과 성원과 지원을 통해 '권력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싸우는 방법이 있다'라고요. 이 부분에 대해 공지영씨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솔직히 그동안 너무 가벼운 것들을 많이 써서 저도 좀 진지한 얘기들을 해보자 해서 임했는데, 시국과 맞게 떨어지는 묘한 부분이 있었어요. MB 정부가 생각보다 너무 짧은 시간에 우리가 누렸던 것 들을 많이 축소시켜 놓고,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정부를 보면서 데뷔 때의 느낌들을 되살리고 싶었죠.

[도가니]란 작품의 실화가 노무현 정부 말에 일어난 사건이지만, 확정은 MB 정부때 뒤집어지면서 끝이 났거든요. 이것도 하나의 상징인거 같아요. 실제 사건은 법정구속에 5년형 무겁게 때렸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묘한 사건.

계급이 공고히 되면서, 상류층끼리의 침묵의 카르텔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잘산다는게 뭘까를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나라를 두고 볼 때 힘없는 약자를 정부와 시민이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의 질이 결정 된다고 봅니다. 청각장애인 뿐 아니라 여성 장애인이 가지는 성적 학대와 착취는 요즘에 와서 드러나서 그렇지, 공개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다반사였고, 그것에 대해 [도가니]라는 작품이 약자에 대해 한번쯤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으면 했어요. 무진이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야만적이고, 노골적이고, 천박적인걸 다루려고 했는데 쓰는 도중에 점점 온 나라가 점점 그렇게 되어가는거 같아 민망했어요.”

원문 http://mongu.net/461


지금도 인화학교에서는 시민단체와 이들을 지원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조금씩 후원을 해주세요. 그리고 가장 강력한 방법인 투표를 잊지말고 해주세요. 우리의 조금의 관심이 돈이 없고 힘이 없는 사람을 지키고, 우리들 자신을 지키는 일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고라 청원, [도가니] 수익 일부를 장애인들을 위해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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