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Me If You Dare 러브 미 이프 유 데어 (2003)

1.

 

 

 

 

 

 

 

 

 

 

 

 

영화 '러브 미 이프 유 데어'는 황당한 사건을 나열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어떤 사랑을 해야할까?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까? 우리는 어떤 사랑을 해야 행복할까?

 

영화의 오프닝은 무척 재밌습니다. 한 장난끼 많은 소년의 목소리로 소년이 하고 싶은 장난에 대해 말하면서 영화가 시작합니다. 그 소년이 하고 싶은 소원은 무척이나 황당한데 그 절정은 시멘트 속에 파묻히는 것입니다.

 

 

2.

 

영화는 한 소년과 한 소녀가 예쁜 회전목마 상자를 주고 받으며 황당한 내기를 이어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말 그대로 황당한 내기에서부터 상상할 수도 없는 내기를 하면서 서로 미친듯이 상처를 주고 싸우고 화내고 다투고 끊임없는 논쟁에 빠집니다. 끝내 이별까지 하고 서로 다른 사람과 결혼 또는 연인관계를 갖습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이끌려 또다시 재회합니다.

 

 

3.

 

 

 

 

 

 

 

 

 

 

 

 

 

 

 

 

 

 

 

 

 

 

 

 

 

 

 

 

 

 

 

 

 

 

 

 

영화의 엔딩은 영화의 오프닝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친듯이 황당한 내기였지만 서로가 운명의 상대임을 두 사람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이 소년시절 그토록 하고 싶었던 시멘트 속에 파묻힐 연인을 찾았고,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연인임을 알고 그의 소원을 함께 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시멘트 속에 갇혀 영원한 사랑을 하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4.

 

제가 본 '러브 미 이프 유 데어'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만나서 사랑해야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 사랑해야 행복할까요?

 

심리학자 카를 융은 페르소나(Persona)를 가리켜 자신의 성격 가운데 특정 부분만 외부 세계와 공유하려는 경향을 발견했습니다. 융은 인간이 자기 성격을 여러 요소로 나누고 환경과 상황에 따라 특정 요소만 골라 공유한다는 데 주목했는데, 그런 식으로 우리가 세상에 드러내는 것을 '페르소나'라고 불렀습니다.

 

이 영화는 결국 자신의 연인은 세상 속에서 드러내는 가면(페르소나)이 아닌, 자신의 세상 속 가면을 벗은 진짜 자기 모습을 찾아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소년은 자신의 진짜 소원인 시멘트에 파묻히는 행위를 감히 하지 못합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미친 짓이고, 이런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사회 속에서 격리의 대상이 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년은 결국 자신의 가면(페르소나)을 벗겨줄 연인을 만났고 세상의 이목과는 관계없이 '장밋빛 인생'이라는 영화 주제가에 걸맞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인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피엔딩을 맞게 됩니다.

 

 

PS. 사랑에 대해서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현대인들은 사랑에 대해 무지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3가지 문제점을 이야기합니다.

 

첫째, 사랑의 문제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의 문제로 보지 않고 '사랑 받는 문제'로 여기는 것입니다. 현대는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랑을 받을까,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워지는가 하는 문제에만 몰두합니다. 그래서 남자들은 사회적 성공을, 여자들은 몸매를 가꾸고 멋진 옷차림을 지나치게 강조합니다.

 

둘째, 사랑의 문제를 '능력'의 문제가 아닌 '대상'의 문제라는 가정을 하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사랑하는 것은 단순한 일이고, 사랑할 또는 사랑 받을 올바른 상대를 찾는 일이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실은 사랑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문제인데도 말입니다.

 

셋째, '사랑에 빠진다'는 최초의 상태와 '사랑하고 있다'는 지속적인 상태를 혼동하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떨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쳐 있다'는 사랑의 강도는 그들이 얼마나 고독했었는가를 나타내 보이는 것에 불과합니다.

 

에리히 프롬은 이를 위해 이론의 습득과 실천의 숙달을 강조합니다. 결국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실천은 자신을 사랑함과 동시에 자신의 모든 세속적 관심을 포기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