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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15. 목요일
블루칼라



지난 금요일, OB가 기습적으로 맥주 출고가를 7.48% 올린다는 소식을 들었어. 평소 주(酒)님을 모시는 맥주 마니아(라고 쓰고 알콜 홀릭이라고 읽는다) 입장에서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지.


술은 일반 제품과 달라서 공장에서 출고할 때부터 여기저기 엄청 세금을 매기다보니까 가격을 인상하려면 미리 국세청과 사전 조율을 하기 마련이야. OB는 맥주의 원료가 되는 맥아(싹을 틔운 보리) 가격이 최근 2년 동안 45%나 급등했다면서 맥주 가격도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국세청에 징징거렸지. 하지만 국세청이 물가 상승을 이유로 반대하니까 OB는 국세청 몰래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린 거야.

그 소식을 듣고 내가 시일야방성대곡을 적는 심정으로 조낸 후다닥 키보드질을 해서 글을 하나 쎄웠는데 씨바, 이것들이 일요일 오후에 속보를 발표해서 가격 인상을 내년으로 미뤘다고 생색을 내지 뭐야? 휴일인데도 국세청에 불려가서 쪼인트 까인 거지. 연말 물가 잡느라 고심중이신 가카의 꼼꼼한 배려에 막 눈물이 날라카더라고.


근데 OB 이놈들은 가격 인상을 포기한 게 아니야. 단지 며칠 미뤘을 뿐이지. 이제 몇 주 지나 새해가 밝으면 OB는 가격 인상을 강행할 태세야. 그러니까 OB 맥주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이 글은 현시점에 꼭 필요한 태클이라 이거지. 내가 지난 여름, 맥주에 대한 글을 딴지일보에 실은 후로 후속타를 쓸까 하다가 참고 있었는데 오늘은 제대로 한 번 작두칼로 썰어주꾸마.

앞서 말했지만 실제로 세계 곡물 시장에서 맥주의 원재료인 맥아 가격은 최근 급등세야. 원재료 가격도 오르고 물류비도 상승하고 다들 죽겠다고 난리치는 이 와중에 맥주 회사라고 가격인상을 하지 말란 법이 있냐고? 다른 놈들은 몰라도 OB, 니들은 그람 안 돼.

자료출처 : 위대하신 조선일보

참고로 최근 몇 년 동안 OB 맥주의 영업이익률은 계속해서 올라가는 추세였고 2009년 영업이익률은 24.1%에 달할 정도야. 국내 상장 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8%라는 걸 감안할 때 OB는 다른 회사들보다 4배 이상의 높은 폭리를 취하고 있단 얘기지. (OB와 함께 국내 맥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하이트의 영업이익률 역시 17%가 넘음)

최근 2년 사이에 맥아 가격이 45%나 급등했다고 하지만 OB 맥주의 영업이익은 2008년 2263억원, 2009년 2514억원, 2010년 3000억원으로 계속 증가해왔어. 더구나 올해엔 매출이 늘어서 업계 1위인 하이트랑 시장점유율이 삐까삐까할 정도로 올라섰지.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또 가격을 올려? 더구나 말오줌에 탄산 섞은 것보다 맛이 없다고 할 정도로 전세계에서 제일 맛없는 맥주란 악명을 떨치는 놈들이?

역시나 출처는 그 잘난 조선일보

OB 맥주가 맛이 없는 건 싸구려 재료를 쓰는데다가 하이 그래비티(High Gravity)라는 공법을 도입해 질보다 양을 불리는 방식으로 맥주를 만들기 때문이야. 내가 예전에 쓴 글에서도 밝혔지만 하이 그래비티는 맥주 제조 공정상 억지로 알콜 도수를 높인 뒤 나중에 왕창 물을 섞어서 양을 두 배로 늘리는 꼼수야.

맛있는 맥주로 유명한 외국 회사들 중에 하이 그래비티 공법으로 맥주를 만드는 회사는 없어. 심지어 중국산 칭따오 맥주도 그런 식으로는 안 만든다고.

그런데 OB나 하이트는 모두 하이 그래비티 공법으로 물 탄 맥주를 만들고 있지. 더구나 제대로 된 재료를 쓰지 않으면서 어떤 인공첨가물로 맛을 내고 있는지 밝히지도 않고 있고 말이야.

High Gravity Brewing, 우리말로 '술에 물타기'

그렇게 형편없는 맥주를 만드는 OB가 자그마치 24%가 넘는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건 국내 맥주 시장이 OB, 하이트 두 회사의 독과점 상태기 때문이야.더구나 정부가 알아서 수입 맥주에 어마어마한 세금을 때려가면서 측면 지원을 해주니 OB와 하이트 입장에선 겁날 게 없지.

출고가 7.48% 인상이면 술집에서 마시는 맥주 가격은 오백 원에서 비싸게는 천 원까지 오르게 될 거야. 벌써부터 술집 주인들 사이에선 얼마나 값을 올려야하는지 고민들이더라고. 씨바, 이제 식당에서 500cc 맥주 한 병에 오천 원이나 주고 먹어야 하는 상황이 왔단 말이야. 정말 월급 빼곤 다 오른다지만 니들 OB가 거기 숟가락 얹을 줄은 몰랐다.

확실히 해두자. OB는 98년에 이미 두산에서 해외 자본에 매각해 버렸고 몇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가 지금은 미국계 사모 펀드인 KKR(콜버그 크라비츠 로버츠)로 소유로 넘어갔어. 100% 외국 자본의 회사란 말이지. 그러니까 더 이상 OB는 '국산 맥주'가 아니란 얘기야.


이 KKR이란 회사는 공격적인 기업 인수로 유명한데 잘 알겠지만 이런 회사들은 절대로 손해볼 짓 안 해. 정부의 비호를 받으며 영업이익률 24%가 넘는 OB 정도의 회사니까 걔들이 꿀꺽 삼킨 거라고.

자, 그럼 이 시건방지고 국내 소비자를 호갱님(호구+고객)으로 보는 OB 맥주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때야 할까? 당연히 보이콧이지.

이것들이 원래는 10%까지 출고가를 인상하려고 했는데 그나마 7.48%로 깎아줬다고 생색을 내는 모양인데 이번엔 진짜 소비자의 무서움을 보여주자고. 국산이라고 해서 질 나쁘고 값 비싼 제품을 사주는 게 애국인 시대는 지나간지 오래야.

기술이나 자본이 없어서가 아니라 독과점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기업의 제품은 철저하게 소비자들이 쌩까줘야 한다 이거야. 요즘 같이 열받는 세상에 술 마시는 것까지도 스트레스 받게 만드는 놈들한텐 당연히 응징이 들어가야지.

지금 마트에서 판매되는 최고가 수입 맥주의 가격이 대략 500cc에 5,6천 원 정도야. 하지만 바이엔슈테판, 슈나이더 같은 세계 맥주 애호가의 극찬을 받고 있는 맥주들이 독일 현지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대략 우리나라 돈으로  1400~1500원 정도지. 독일 국민 소득이 우리보다 두 배 정도 높으니까 실질적인 체감 물가로 따지면 독일인들은 700원 정도에 최고급 맥주를 마시고 있다는 거야.

그런데 이런 맥주들이 국내에 들어오면 180% 가까운 정부의 살인적인 세금 때문에 5~6천 원대의 비싼 가격이 되어 버리지. 서민들이 매일 한두 병씩 마시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가격이잖아. 그러니 OB 같이 물 탄 맥주를 만드는 놈들이 신나서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거라고.

독일 현지에선 OB 맥주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바이엔슈테판 맥주 한 병 사서 먹어봐. 기왕이면 OB 라거 한 캔 따먹고 나서 맛을 비교해봐. 수입 냉동 대패 삼겹살 먹다가 최고급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 먹는 것보다 더 큰 차이를 느끼게 될 걸. OB 이것들이 얼마나 형편없는 맥주를 만들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지 직접 느껴보라고.

가격만 따지면 최고가 하이엔드 맥주지만 맛은 전 세계 최악인 OB. 이놈들을 어떻게 해줘야 할까? 가격이 올랐어도 그래도 수입 맥주보다는 저렴하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처묵처묵해? 아니면 아예 술을 끊어?

그람 안 되지. 나도 네츄럴 본 투 알콜 홀릭인데 OB가 싫다고 술을 끊으란 얘긴 너무 잔인하다는 거 안다고.

지난 여름에 내가 국산 맥주 대용으로 먹을만한 싸고 맛있는 수입 맥주를 딱 집어 소개해줬지? 웨팅어 헤페바이스. 바이엔슈테판이나 파울라너, 듀벨 같은 맥주들에 비하면 두어 수 등급이 떨어지는 맥주지만 그래도 국산 맥주들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맥주였지.

당시 500cc 한 캔에 1650원이라는, 국산 맥주보다 저렴한 가격에 훨씬 맛이 있으니까 이 맥주를 추천했던 거였어. 그런데 이것들이 내 글이 기사로 나간 뒤에 매출이 조낸 늘었는지 가격을 올렸더라? 지금은 2290원으로 가격이 올라버렸는데 그래도 조만간 가격이 오를 OB 맥주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긴 해. 하지만 내가 처음 웨팅어를 추천했을 때보다는 가격대 성능비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

그럼 어쩔 수 없이 또 하나의 최종병기 그녀(?)를 소개해주꾸마. 이름하여 튀링어(Thuringer) 헤페바이젠(Hefe Weizen)


이게 둘마트나 집더하기 마트에선 안 팔고 껌마트에서만 파는데 500cc 한 캔에 1780원이야. 동네 슈퍼에서 파는 OB 맥주보다 더 싼 가격에 맛은 웨팅어랑 거의 동급이지.

실제로 튀링어는 웨팅어를 만드는 회사의 자매 브랜드야. 원래 동독 회사였는데 통일되면서 웨팅어가 인수한 거지. 내가 특정 회사를 밀어준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 씨바 알게 뭐야. 현재 천 원 대에 먹을 수 있는 가격대 성능비 최고의 맥주니까 거침없이 추천해 줄 뿐.

튀링어 프리미엄 비어(Thuringer Premium Bier)는 국산 맥주랑 별 차이를 못 느낄 수 있으니까 사진 기억해 뒀다고 꼭 밀맥주인 바이젠을 먹어보도록 해.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바이엔슈테판이나 슈나이더, 듀벨, 파울라너, 필스너 우르켈, 부드바 같은 좋은 맥주들도 한 번씩 먹어보길 권할게.


튀링어나 웨팅어보다 훨씬 더 맛있는 최고급 맥주들이 유럽 현지에선 국산 맥주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된다는 사실에 분개하게 될 테니까.

요즘 마트에선 수입 맥주 할인 행사를 자주 하는데 지금도 집더하기, 둘마트, 껌마트에서 모두 행사중인 걸로 알아. 330ml 병맥주 기준으로 2,000~2,500 정도에 할인 행사들 많이 하고 있으니까 종류별로 하니씩 사먹으면서 OB나 하이트는 가볍게 쌩까주잔 말이야.

맥주는 소주에 말아먹는 폭탄주 용도 뿐이라고 생각하는 횽들에게 난 진짜 맥주의 맛은 그런 게 아니란 걸 알려주고 싶다고. 그러니까 OB나 하이트가 제대로 된 맥주를 싸게 판매할 때까진 철저하게 보이콧해야 해.

OB가 값을 올렸는데 하이트는 왜 못 올리는 줄 알아? 얼마 전 세무 조사를 받으면서 국세청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야. 겁나는 게 있으니까 함부로 가격을 못 올리는 거지. 그렇다면 진짜 겁을 내야할 대상은 소비자란 걸 알려주자 이거야.


내가 지난 여름에 쓴 맥주 기사에 약간 착오가 있었어. 그 전까진 정부가 OB와 하이트 두 회사를 비호해주기 위해서 새로운 신규 업체가 맥주 시장에 진입하는 걸 법적으로 막고 있는데 조금씩 개선될 기미가 보인다고 썼지? 그런데 실제로 2010년에 신규 업체의 참여가 허가되도록 법규가 개정됐다고 해.

지금 제주도에선 지자체가 후원하는 맥주 회사가 설립돼서 시험 가동 중이야. 그것도 하면발효(라거) 맥주밖에 없던 국산 맥주 시장에서 최초로 상면발효(에일) 맥주를 만들고 있다는 거야.

아직은 시험 생산 단계고 출시 초기엔 물량이 적어서 제주도 이외의 지역에선 맛보기 힘들겠지만 이런 시도들이 계속돼야 OB나 하이트가 똥꼬 저리게 긴장탈 거 아니겠어? (제주도 맥주는 또 얼마나 가격을 높게 책정할지 걱정이지만 -.-)


참고로 OB를 보이콧하고 수입 맥주를 구입하려고 할 땐 주의할 점이 있어. OB 이것들이 지들 맥주 맛없는 건 제일 잘 아니까 자체적으로 수입하거나 라이센스 생산하는 맥주들이 꽤 많거든.

OB 맥주 안 먹겠다고 하면서 멋모르고 OB가 수입하는 맥주를 사먹으면 오히려 그것들 배를 더 불려주는 셈이니까 그런 짓은 피해야지. 내가 OB가 수입하는 맥주들 이름도 알려줄 테니까 보이콧 리스트에 같이 넣어둬.

일단 OB라고 크게 써있진 않아도 카스카프리는 OB가 생산하는 맥주야.
그 외에도 버드와이저(Budweiser), 호가든(Hoegaaden), 벡스(Beck’s),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 레페(Leffe), 레벤브로이(L
?wenbr?u)는 OB가 수입하거나 라이센스 생산하는 맥주들이지.


저것들 중에 내가 먹을만하다고 생각하는 건 벡스랑 레페 정도인데 그것들 아녀도 더 맛있는 맥주들 많아. 그러니까 OB가 정신차리가 전까진 저기 적어준 수입 맥주들도 철저히 쌩까주는 거야.

하여간 더 이상 OB와 하이트의 만행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순 없잖겠어? 이 기회에 국내 맥주 회사들 제대로 정신차리게 소비자의 무서움을 보여주자고! 계속 호갱님 취급을 당할 건지, 싸고 맛있는 맥주를 먹을 권리를 찾을 건지, 결정은 횽들이 해.


딴지일보 블루칼라님 http://www.ddanzi.com/news/397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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