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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국어사전

tulipmania 2009. 10. 25. 14:59

1945년 9월 8일 경성역 조선통운 창고. 낡은 상자를 찾은 역장.

“그 사람들이 찾던 바로 그거야.”

수취인 ‘고등법원’. 2만 6천 5백 여 쪽.

3년 전 일본 경찰에게 압수당한 사건의 증거물.

“원고를 찾지 못하면 13년의 노력은 물거품이 돼.”


1929년 일제 치하. 엄혹한 시절 흥분 속에 진행된 국민들과 학자들의

‘세상의 모든 어휘 모으기’


‘옛말’은 변천과정의 서술부터 어떻게 쓰였는지 다양한 예를 통해 보여준다.

‘방언’은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살리기 위해 꼼꼼히 조사한다.

옛말, 방언, 새말, 전문어, 고유명사 등.


“이곳 방언을 규칙 없이 두어 말 적어드립니다. 백분지 일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 뒤에도 힘 있는 데까지 이어 적어드리려 합니다.“


- 길주 성진 지방 방언 조사 투고자 김여진


14개 학교 500여 명의 초, 중학생이 참여한 ‘시골말 캐기’

이렇게 얻은 ‘포도시’, ‘용싸리’, ‘저어구’, ‘겨우’ 등.

‘말을 모으는 것이 곧 세상 속 지식을 모두 모으는 일’이다.


1933년 조선어표준어사정위원회 조직.

어떤 말을 표준으로 할 것인가의 치열한 연구.


“적어도 노농계급어를 표준어의 중심으로 삼지 안하여서는 안된다.”


- 홍기문 표준어 제정에 대하야 중에서


각 지역 73명 위원들의 3년에 걸친 회의.

지방 위원 중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반드시 재심의.

해당 직종에서만 유일하게 사용하는 말 현장에 가서 직접 조사.

표준어 사정 범위에 든 말 9412개. 이렇게 확정된 6111개의 표준어.
안창호의 축사 아래 이뤄진 감격스런 ‘표준어 발표회 장’


그러나 1942년 10월.

“조선인의 민족 정신을 높임으로서 궁극적으로

민중 봉기를 통해 독립을 목적으로 하는 비밀 결사“


- 일본 경찰


학자 29명 구속 투옥, 2명 고문으로 사망. ‘조선어학회 사건’

3년 후 1945년 9월 8일 경성역 창고에서 찾아낸 낡은 원고.

‘조선말 큰 사전’은 1957년까지 총 6권으로 발간된다.

1929년부터 1942년까지 국어학자들과 국민들의 후원으로

최초의 큰 말 사전은 탄생됐다.


현존하는 약 3천 여 개의 언어 중 고유 사전을 가지고 있는 언어는

20여 개 밖에 되지 않는다.


참고문헌 : ‘우리말의 탄생’, ‘책과함께’, 지식채널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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