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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의 트위터에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한 김연아, 인순이 비판이 화제가 됐습니다. 종합편성채널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가 기존의 영화, 음악 등 전문채널에서 벗어나 영화, 음악을 비롯한 드라마, 예능, 보도 등 종합적인 내용을 다룰 수 있는 방송채널입니다. 이런 보수언론들이 종편을 제작하다보니 종편행 연예인들에 대한 비판이 줄곧 제기됐었습니다. 무엇보다 시청율 1%미만인 종편이 특혜 광고수임료로 공중파 채널의 70%를 받는 모순된 일이 벌어지면서, SNS를 중심으로 '종편채널 삭제 놀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뭔가 찜찜한 종합편성채널과 최근 이슈에 관한 윤리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피겨스타 김연아와 가수 인순이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출연을 비난했던 작가 공지영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공지영은 2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마지막으로 상황 설명합니다"라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공지영은 이 글에서 "'TV 채널 돌리다 종편 개국 축하쇼에 인순이가 나와 노래를 부른다'고 평소 오랜 알던 지인이 말했다. 그는 인순이를 참 좋아하던 사람이었고 그녀를 김여진처럼 개념있는 가수라 말했었다. '도가니'의 취재원이었던 그에게서 나는 '거위의 꿈'도 들었고 소설에 그 노래도 썼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인순이님 걍(그냥) 개념 없는 거죠 모(뭐)'라고 답글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자 다른 누가 '연예인이 밥줄을 걸고 개국 축하 공연 거부는 어려울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고 나는 한진 쌍용차와는 분명 다른 밥줄 개념이라 생각해서 '밥줄을 거나요. 스테이크와 김치 볶음밥을 거나요' 했고 '조선 종편 가신 분 개념 없다 하는 저를 탓 하소서'라고 적었다"고 밝혔다.

또 "잠시 후 다른 분이 '뭐지. 김연아씨 인터뷰가 아니라 TV조선 프로그램 하나 하나 소개 하는데요'라는 글을 올렸다. 김연아의 팬인 나로서는 정말 실망스러웠다. 것도 TV 조선을…. 그래서 썼다. '(김)연아 ㅠㅠㅠ 아줌마가 너 참 예뻐했는데 네가 성년이니 네 의견을 표현하는 게 맞다. 연아 근데 안녕!'이라고 적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에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가 '연아 선수 한 번만 이해해주세요. 나가기 싫은 대회도 나가야 할 만큼 어린 선수 어깨에 짊어진 부담이 너무 많아요 ㅜㅜ'라고 말했다. '왜? 그럼 배고프고 어머니 아프고 아버지 입원한 선수는?'이라고 반박했다. 내 딸이 거기 나갔어도 똑같이 이야기 했을 거다"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공 작가는 "연아가 어린 선수로서 짊어진 부담이 많은 걸 나는 안다. 그런데 그녀도 이제 성년이다. 나는 분명 연아의 성년으로서의 의견을 존중한다 했고 다만 나와 생각이 다르니 이제 더는 예전처럼 순하게 그녀를 생각할 수 없어 안녕!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가 내 사설 의견 공간인 SNS에 내 후배와 인순이를 이야기하면서 (타임라인이 아니라 멘션이다) '그녀가 그렇게 노래하는 건 개념 없는 거니 너무 슬퍼마' 한 취지였고, '연아는 아줌마와 의견이 다르니 내가 슬프다' 하는 거였다. 나는 오늘 반성을 깊이 했다. 내가 당신들의 공격성을 이토록 이끌어낸 것을. 그리고 하루 종일 힘들었다. 두려워서는 아니다. 슬퍼서였다. 내가 사랑한 연아와 인순 그리고 나"라고 전하며 글을 마쳤다.

(경향신문)




김연아 선수와, 인순이씨의 종편행은 어떤 법적 잘못도 없고, 다른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도 않습니다. 잘못된 것은 없지만 뭔가 좀 찝찝하고 찜찜한 기분이 들기는 합니다. 어쨌든 이는 개인 직업선택의 자유이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진중권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맨 끝부터 읽으세요. 역순).

 

                             ⓒ 진중권 교수 트위터 계정 @unheim

한편 공지영 작가의 비판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갑니다. 종편행의 목적이 단순히 돈(이해관계) 이외에는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연아 선수와 인순이씨의 재산 현황은 잘 모르겠지만, 먹고 살기 어려운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굳이 국민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에 돈(이해관계) 이외에는 출연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누리꾼들은 이런 점을 들어 종편행 연예인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비판의 대상이 목적, 즉 동기에 있다는 것입니다. 도덕에 대해서 우리는 잊고 살고 있었지만 우리가 흥분을 하고 짜증을 느끼는 정점에는 행위에 대한 동기라는 도덕, 윤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칸트의 동기와 콜버그의 도덕성 단계

칸트는 '순수 실천 이성'을 연습하여 도덕의 최고 원칙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칸트는 인간은 누구나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이 '인간 존엄성'이란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고 했습니다. 이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옳고 그름인 도덕을 알게 될 것이고 이 도덕은 '동기'에서 시작된다고 칸트는 이야기 합니다.

이러한 도덕의 발달단계를 이론으로 구체화 시킨 사람이 콜버그입니다. 콜버그는 여러 가지 도덕적 딜레마를 설정하여 이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대답하는가의 사고체계를 바탕으로 도덕적 발달과정을 설명했습니다. 다음은 도덕적 딜레마의 한 예로써 'Heinz가 약을 훔치다'의 내용입니다.

 
'유럽의 어느 부인이 무서운 암에 걸려서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그 병을 치료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약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약은 같은 마을에 사는 어느 약사가 최근에 만들어낸 라디움 종류의 약이었다. 그 약을 만드는 데는 원가도 상당히 많이 드는 데다가, 그 약사는 약값을 원가의 10배나 매겼다. 라디움을 200달러에 구입해 가지고 조그마한 한 제에 3000달러에 팔려고 한 것이다.

병든 부인의 남편인 Heinz는 돈을 구하기 위해 아는 사람들을 모두 찾아 다녔으나, 그 약값의 절반밖에 안되는 1000달러밖에 마련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Heinz는 그 약사에게 가서 자기 부인이 지금 죽어가고 있다고 설명하고 그 약을 싸게 1000달러를 받고 팔거나 아니면 외상으로라도 자기에게 팔아 주면 다음에 그 돈을 갚겠다고 간청했다. 그러나 그 약사는 "안됩니다. 그 약은 내가 발명한 약인데, 나는 그 약으로 돈을 벌어야 됩니다."라고 대답했다. 절망에 빠져 돌아온 Heinz는 결국 약방을 부수고 들어가서 자기 부인을 위하여 그 약을 훔쳐내었다. 남편이 한 일은 정당한 것인가? 정당하다면 어째서 그 일이 정당한가?'

 

대답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정당하다고 할 수도 있고, 부당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옳고 그름의 대답과는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동기'입니다. 만약 혼나기 때문에 안된다고 주장한다면, 그 분은 1) 벌과 복종 단계입니다. 만약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면 2) 욕구 충족 단계입니다. 만약 도둑질은 나쁜 짓이기 때문에 안된다고 주장한다면 3) 타인지향 단계입니다. 만약 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안된다고 주장한다면 4) 법과 규칙 단계입니다. 만약 사회질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면 5) 사회적 계약 단계입니다. 만약 자신의 선택이 양심때문이라고 주장한다면 6) 도덕적 원리 단계입니다. 다음은 표로 정리한 것입니다.

인습 이전 수준

) 벌과 복종

1단계인 주관화 단계는 물리적·신체적인 벌과 복종에 의한 도덕성 및 자기 중심적 욕구추구라는 특징을 갖는다. 이 단계에서의 행동은 신체적인 벌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욕구 충족 : 거래

2단계인 상대화 단계는 욕구충족수단으로서의 도덕성이라 규정할 수 있다. 욕구를 배분할 수 있으나 욕구배분의 동기는 자기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인습 수준

) 타인지향 (착한)

3단계인 객체화 단계의 도덕성은 사회적 조화가 중심이 된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도와주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위이다.

 

 

) 법과 규칙

4단계 사회화 단계에서의 개인은 질서나 법을 알게 되고, 또한 딜레마 상황을 해결해줄 수 있는 어떤 관례를 알게 된다.

 

 

인습 이후 수준

) 사회적 계약

5단계의 특징은 공리주의적인 색채가 짙다는 것이다. 법적인 관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동시에 법이란 사회적인 유용성에 대한 합리적인 합의에 도달할 때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 중요시된다.

 

 

) 도덕적 원리

6단계에서 올바른 행위란 스스로 선택한 도덕원리에 따른 양심의 결단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도덕원리는 논리적으로 포괄적이며, 보편적이고 일관성있는 것이어야 하지만, 반드시 성문화되어 있을 필요는 없다.

                          ⓒ 다음 백과 사전,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이론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당하지 않은 법 안지켜도 된다." 발언을 했었습니다. 이 발언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가장 높은 도덕적 수준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습수준의 도덕수준을 가진 사람들의 질 낮은 비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헌법 제19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가장 상위법인 헌법에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어째서 그것이 헌법을 훼손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최근 '한미FTA 반대 집회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위반되니 불법집회를 하지 말라'는 일각의 여론이 있습니다. 이는 인습수준의 도덕단계로 4) 법과 규칙의 수준입니다. 만약 한미FTA의 부정적 효과를 걱정해 본인의 양심에 따라 집회를 통해 의견을 피력하고자 했다면, 비록 집시법에 위반됐을지라도 도덕, 윤리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또한 집시법이 헌법상으로 명문화된 이러한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존중해줄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라면, 이들이 교통 등 일부의 피해를 준다고 할지라도 사회 전체적으로는 공익의 목적에 부합하므로 이들을 법이라는 테두리로 규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곽노현 교육감, 공지영 작가와 김연아, 인순이

곽노현 교육감에 대해서 진중권 교수가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법률적으로는 제가 아는 바 없어 이야기를 하지 못하겠지만, 도덕성(동기)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설사 법을 어겼다고 할지라도(법적으로도 무죄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목숨을 담보로 쫓기고 있는 친구를 위해, 선의로 2억을 준 그의 행위는 전혀 도덕, 윤리적으로 타락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만약 진중권 교수가 도덕을 신뢰하지 않는 도덕 회의론자가 아니라면 이견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공지영 작가의 김연아 선수와 인순이씨의 종편행 비판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으며, 그들의 동기가 오직 돈(이해관계)이라면 마땅히 비판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진중권 교수가 이야기 했듯이 적합한 비판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도덕(동기)을 문제 삼을 수 있지만, 법적으로 이를 규제하지 않는 까닭은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 주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휘말리고야 말았지만, 이런 논의는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우리 상식선에서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공론화하고 기사로 만든 언론이 조금은 한심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