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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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결정된 이후 많은 분들이 박근혜 당선인과 적대적인 '나꼼수' 보복을 걱정하셨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트위터에 다음의 글을 올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결정이 난 다음날 이상하게(?)도 검찰은 '나꼼수' 수사에 착수했습니다(스포츠 경향). 그리고 이튿날인 오늘은 대통령 선거에서 여성성을 강조한 박근혜 당선인을 '생식기'발언으로 마찰을 빚은 황상민 연세대 교수에 대한 기사(연합뉴스)가 올랐습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믿습니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추구합니다.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의견을 묵살하거나 강압적으로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민주주의에서는 누구나 듣기 싫은 소리도, 듣기 좋은 소리도 낼 수 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지만, 노파심에 간언드립니다. 공권력은 국민의 소리를 막을 수 없습니다.
2012년 12월 19일 수요일, 제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과반으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오늘 제 글에서는 '12.19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설마 했던 ‘물 민영화’, 이미 시작됐다
2010년 10월 녹색성장위원회·환경부·국토해양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물산업 육성전략'을 내놓습니다. '물산업 육성전략' 13쪽에는 "민영화 논란으로 직접적인 민간기업 참여는 곤란. 단순 위탁 및 공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한 운영경험 확보."라고 적혀있고 이렇게 교두보를 확보한 후 민간기업의 수도 산업 진입을 점진적으로 추진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전략'은 민영화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단순위탁(상수관망 관리를 예로 들고 있다)에서 출발해, 결국 민간기업이 수도사업 운영을 맡는 데까지 나가는 계획을 세워둔 것입니다.
'물산업 육성전략'에 따르면 1단계에서 164개 지방 상수도를 39개 권역으로 통합합니다. 2단계에서 경쟁체제 강화 단계에서는 사업자와 소비자가 상하수도 사업도 경쟁 체제로 운영되는 현실에 적응하게 됩니다. 3단계에서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 됩니다.
'물산업 육성전략'의 최종 제안은 눈에 보이지 않아 여론의 저항이 심하지 않았고, 이미 75% 정도가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사실상 민영화된 '하수도'와 '상수도'를 통합하는 것입니다. 이 정책은 지방 상수도 통합과 마찬가지로, 민간의 상수도 사업 진출을 결과적으로 돕게 됩니다. 하수도는 이미 상당히 민영화되었고 상수도는 민간 참여가 단계별로 늘어나게 됩니다. 결국 '물산업 육성전략'의 정책과제 3번 지방상수도 및 하수도 통합화·광역화, 4번 민간기업 참여 확대를 통한 물 전문기업 육성을 통해 '상하수도 민영화'의 대미를 장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 민영화'에는 더 노골적인 시도도 있었습니다.
2011년 3월, 당시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은 물산업 육성법안을 대표발의한다. 공동 발의자 9명도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이 법을 보면 수도 관련 업무 전부 또는 일부를 전문 상하수도 사업자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8조), 외국인·외국법인도 지자체와 공동으로 상하수도 사업 관리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9조) 등 사실상 공개적인 물 민영화 입법이었다. 이 법은 18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어 자동 폐기되었다. 전반적으로 보면, 급하고 눈에 뜨이는 물 민영화 시도는 저지되는 반면, '물산업 육성전략'이 제안했던 점진적이고 조용한 살라미 전술은 중단 없이 추진 중인 셈이다. |
MB정부와 박근혜 당선인은 민간위탁일 뿐이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시장은 물 민영화를 이미 기정사실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민영화와 민간 참여는 다르다며 딴청을 부리고 있지만 공공 영역에 일단 민간이 재산권을 주장할 발판이 마련되면, 이를 되돌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자유무역협정(FTA) 아래에서라면, 간접수용으로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제소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하고, 차근차근 단계별로 굳혀가는 '살라미 민영화'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또한 박근혜 당선인이 가스, 전기, 공항, 수도, 철도, 의료, KAI 등 민영화 할 것이라는 논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흑색비방이라고 주장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집 320쪽을 보면 "전력, 가스 시장의 독점 구조 때문에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어 이런 비효율을 제거하고 공정경쟁 체제가 이끄는 건실한 수급시장을 형성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무엇보다 박근혜 당선인과 새누리당의 해명을 믿을 수 없는 것은, 지난 MB정부에서도 KTX 민영화, 인천공항 민영화도 사실 무근이라고 발표하다 기습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한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 민영화'에서 봤듯이, 우리가 늘 사용하는 공공재의 민영화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으로 인해 눈 앞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청년일자리, 반값등록금 그리고 복지
청년실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 장려책이 필요합니다. 또한 급속한 노령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복지시스템 구축이 시급합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재원 마련이 뒷받침 돼야 합니다.
우리나라 소득세 비중은 4.4%로 OECD 평균 9.4%에 비해 5% 낮으며 이는 50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현실에도 박근혜 당선자는 부자감세를 여전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당선자의 세수확보계획은 재정 증가율을 낮추고 국가채무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오직 경제성장률 하나에 우리나라의 경제와 미래를 건 도박을 하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고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있는 판에 세수증대로 27조 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해법을 내놓은 것입니다.
따라서 청년일자리, 반값등록금, 의료비 지원,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 정책을 위한 재원이 마련돼 있지 않으므로 선순환을 위한 복지 정책은 사실상 기대할 수 없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역사인식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박선규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의 손석희 시선집중에 나와, '세대간 대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합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2040과 5060의 의견이 심하게 갈리고 대립이 되는 양상,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이건 큰 숙제고 앞으로 왜 이런지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되는지 깊이 있게 살펴봐야 될 과제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면서도 제가 판단하는 것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인식과 해석에 있어서 양쪽이 너무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유감스럽게도 우리 교육의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왜냐하면 최근에 우리 현상이 긍정보다는 부정을 강조하고 성취보다는 실패가 강조되는 그런 이상한 흐름들이 좀 있거든요. 그런 문제가 일부 교육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우리 박근혜 후보께서도 토론회 때 전교조가 가지고 있는 정치성, 그리고 이념 편향성에 대해서 걱정을 했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이 좀 있고요. 그래서 기대하긴 성숙한 사회냐 아니면 성숙이 좀 더 진행되고 발전돼야 하는 사회냐 다른 기준 가운데 저는 기록을 중심으로 보느냐, 성취를 중심으로 보느냐, 아니면 문제를 중심으로 보느냐, 실패를 중심으로 보느냐, 이런 기준이 있을 수 있다고 보거든요. 사회 전반적으로 같이 갈 수 있는 이른바 긍정보다는 부정을 보는 성취보다는 실패를 보는 이 과정에 대해서 이 흐름에 대해선 한번 전반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나, 물론 다른 숙제들은 별도로 확인해야 되겠지만요. 우선 급하게는 그렇게 봅니다."
새누리당은 2006년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킨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 공동대표를 지낸 박효종 서울대 윤리학과 교수를 정치발전위원회에 포함시켰습니다. 문제의 교과서 최종본은 5·16 군사 쿠데타를 ‘5·16 혁명’으로, 4·19 혁명은 ‘4·19 학생운동’으로 표기했습니다.
ⓒ MBC('5·16 군사쿠데타'를 '5·16 군사혁명'으로 기재된 화면을 내보내 논란이 됐다)
과연 새누리당과 뉴라이트의 역사인식이 옳은 것이고, 박선규 대변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20-40대가 기성세대와 세대 갈등을 겪고있는 원인이 역사인식의 문제이고 교육의 문제일까요?
뉴라이트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뉴라이트의 주장은 일본 극우파의 논지와 정확히 같습니다. 일본 극우파의 역사인식과 뉴라이트의 역사인식을 20-40대가 본 받아야 할까요? 최소한 저는 단호히 거부하겠습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역사는 날조하고, 역사의 산 증인인 이들을 묵살하는 현실 속에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과연 무엇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부끄러운줄 모르고 역사를 왜곡하는 이들이야말로 반성하고 자성해야 합니다.
12.19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싸움에서 패배하면서, 좌절감과 무기력 속에 우리는 어쩌면 절망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회의론으로 돌아서지는 맙시다. 어느 학자가 말한 것처럼, 회의론은 우리가 잠시 쉬어갈 쉼 터가 되어줄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계속 살아가야 할 터전은 아닙니다.
지금은 그저 기억합시다. 우리가 잃었던 많은 것들과 우리에게 힘을 주었던 많은 사람들을요. 서로 격려하고 격려 받으면서 다시 한 번 해 봅시다. 실패하고 또 실패하더라도요.
저는 믿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조금씩 변화해가고 있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