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씀씀이1(국가재정편)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가 19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열띤 네거티브 공방으로 많은 분들이 정치혐오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참여정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실패한 정권으로 규정하며 비판하고, 민주통합당은 MB정부의 이명박 대통령을 민생파탄으로 만든 정권으로 규정하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두 정권의 기금, 재정계획 등 국가재정을 어떻게 다루었으며 차이점은 무엇인지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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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
우리나라 중앙정부 재정은 우리가 낸 세금 및 세외재원으로 구성된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이 있습니다. 2010년 중앙정부의 재정에는 일반회계 1개, 특별회계 18개, 기금 63개가 있습니다. 2010년 우리나라 정부총지출(예산+기금) 292.8조에서 기금은 87.5조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금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특별회계와 유사하지만 수입 구조, 지출 구조, 지배 구조 등에서 조금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기금은 국회 통제를 엄격히 받아야 하는 예산(일반회계, 특별회계)과 비교해 지출에서 다소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노무현
1991년 기금관리기본법에 제정되고 이 법에 따라 기금에 대한 총괄 권한이 예산 부처에 부여됐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기금은 국회 심의를 받지 않는 돈으로 행정부의 내부관리 대상으로 머물러 있었는데, 2002년 기금관리기본법이 개정되어 기금이 국회 심의 대상으로 포함됐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예산과 기금이 모두 국회 심의를 받는 국가재정이므로 예산회계법과 기금관리기본법을 통합해 국가재정법을 만들고, 하나의 법체계로 정비했습니다.
이명박
2008년 말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09년 4월 재정 지출을 대폭 늘렸는데 증가액 중 11.1조 원이 기금에서 충당됐습니다. 기금은 보통 세금보다는 보험료나 부담금 등 자체 재원으로 마련되기 때문에 정부가 세금을 올리지 않고 재정 지출을 늘릴 수 있는 창고라는 점을 악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기금운용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국민연금기금 민간위탁법안(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보면, 현재 스무 명으로 구성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가입자 단체 대표가 12명으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참여형 지배 구조이지만, 이명박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은 위원회 규모를 7명으로 줄이면서 가입자 대표를 모두 내쫓고 전원을 민간 금융전문가로 채우겠다는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이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 위험자산에 국민연금기금 투자를 늘리려는 사전초석인 것입니다.
재정계획
노무현
1961년 한국에서 국가재정을 다루는 '예산회계법'이 제정됐습니다. 30년 후인 1991년에는 기금을 다루는 '기금관리기본법'이 만들어지면서 국가재정의 두 기둥인 예산과 기금을 다루는 법제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후에 예산과 기금 모두 국가재정이므로 하나의 법체계로 통합돼야 한다는 요구가 생겼고, 2006년 예산회계법과 기금관리기본법이 폐지되고 이 두 법을 통합해 '국가재정법'이 제정됐습니다. 재정이 종래의 '행정관리'역할에서 한걸을 더 나아가 '국정 전략'의 추진자가 된 것입니다.
정부가 국정운영자로서 국정전략을 재정에 반영하기 위해서 '총액배분 프로그램 예산제도'와 '국가재정전략회의' 그리고 '중기재정계획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오건호, 국가재정과복지재정전략(2011)
'총액배분 프로그램 예산제도'는 과거 부처별 예산 체계가 가지고 있던 상향식 예산편성이 초래하는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상향식 방식에는 부처별로 예산안을 크게 잡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 관행이 존재했는데, 어차피 상위 부처에서 삭감될 것을 예상해 가능한 예산 요구를 늘렸고 정보가 부족한 예산당국이 이를 심의하지 못할 경우 비효율적 지출을 초래했었습니다.
이제는 총액배분 방식에 따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분야별 ·부처별 예산 한도가 먼저 정해지고, 부처는 한도 내에서 자신의 구체적 사업을 정비해야 하므로 폐단이 사라진 것입니다.
또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중기재정계획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이전에 단년도 재정운용은 시장경제의 경기순환과 동행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경기가 악화되면 세수가 적어지고, 세수가 적어지면 재정이 약해져 경기가 또 악화되는 악순환의 사슬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중기재정운용'은 호황일 때 지출을 자제해 경기를 안정시키고, 불황일 때는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재정 지출을 늘려 경기부양을 도모합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2004년 부터 매년 중기국가재정운용계획을 짜기 시작했고 2006년에 국가재정법을 제정하면서 이를 의무화시켰습니다. 한국에서도 단년 예산안 수립에도 기준이 되는 중기재정운용 체계가 마련된 쾌거를 거둔 것입니다.
하지만 중기재정운용계획은 국회에서 참고자료로도 이용되지 못하고 있고, 정부의 '편성권'은 있지만 국회의 '심의'는 없는 상태입니다. 프로그램 예산제도는 정부 디지털 예산회계 시스템을 정부가 독점하고 있어 국회의원까지도 접근 권한이 없어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명박
MB정부는 이를 철저하게 악용합니다.
2009~2013년 분야별 재정투자계획안(단위: 조 원, %)
<표-1>처럼 원래의 프로그램 예산제도는 정부 지출을 16개 분야로 구성하는데, MB정부는 이를 12개 분야로 간소화시킵니다. MB정부는 재정 지출을 국민에게 간편하게 알리려는 취지라고 해명하지만 정부의 예산편성 현황을 이해하는데 혼란만 주고 있을 뿐입니다.
MB정부가 프로그램 예산제도 사용을 독점하면서 가장 극명하게 모순점을 드러낸 것이 바로 '4대강 사업'입니다. 4대강 사업은 프로그램 예산제도의 약점을 이용해 부처 관료들에게 '4대강' 코드를 넣으라고 지시하여 22.2조 원의 본 사업비에 간접 사업비까지 합해 30조 원을 완성합니다. 비판이 거세 규모를 축소하고자 한다면, 연계 사업비 5.3조 원을 제외하고 16.9조 원이라고 주장합니다. 더 줄이고 싶어지면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지출을 뺀 국토해양부 지출 15.3조 원만 4대강 사업이라고 주장하면 됩니다. 위의 주장은 프로그램 예산제도를 악용해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변명내지 설명이었습니다.
좋은 제도가 나쁜 사용자를 만나면, 얼마나 나쁘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미 글이 너무 길어져 글을 나누고자 합니다. 내일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씀씀이2(복지예산 및 국가채무편)'에 대해 써보고자 합니다.
참고문헌.
오건호,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
선대인, 프리라이더
선대인, 세금혁명
최진기, 경제기사의 바다에 빠져라
최재천, 최재천의 책갈피
곽정수, 재벌들의 밥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