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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행정관 유임을 바라며

tulipmania 2017. 7. 13. 11:37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편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여성 폄하 발언은 끔찍하기 이루 말할 수 없으며 그의 발언을 인용하는 것 자체가 여성에 대한 모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위안은 쇼펜하우어 말년에 그의 편향성이 바뀌었다는 데 있다. 그는 말년에 기존의 여성관을 뒤집고 여성도 남성처럼 높은 차원의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탁현민 행정관의 여성의 성적대상화 글은 분명하게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여성 비하 발언이다. 성평등을 추구하는 현시대의 시대상과도 맞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탁현민 행정관이 청와대에서 유임하기를 바란다.

 

탁현민 행정관은 자신의 과오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다. 탁현민 행정관의 유임이 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평등을 지향하는 사람들과 연대하여 성, 장애, 연령 등에서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덧셈'의 지향이지 과거의 잘못으로 특정인의 기회를 박탈하는 '뺄셈'의 지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탁현민 행정관 논란에 대해 김미화 씨는 이렇게 적었다. "십년 전에 쓴 책 내용이 '여혐' 아니냐며 비판받는 탁현민 씨. 출간 이후 그가 여성들을 위해 여성재단, 여성단체연합회의 행사 기획 연출로 기여해 온 사실을 홍보대사로서 봐온 나로서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과거의 정치권에서 여성 비하 발언은 대부분 유야무야 사라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 덜 예쁜 여자가 서비스가 좋다"는 마사지걸 발언, "장애인에 대한 낙태는 용납될 수 있다"는 장애인 비하 발언 등 차별 발언에도 사죄는 없었고 그는 대통령이 되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충북도지사 시절 "관찰사 시절이었다면 관기라도 하나 넣어드렸을텐데" 발언으로 성매매와 여성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룸살롱 음모주, 성상납 논란도 있었지만 사죄는 없었고 현재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적어도 공식석상에서 차별 발언은 마땅히 사죄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는 요즘 룸(룸살롱)에 가면 오히려 '자연산'을 찾는다고 하더라는 자연산 발언에 대국민 사과를 하고 당대표 자리를 유지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돼지발정제를 이용한 강간미수 모의를 책에 썼다가 사과하고 자유한국당 당대표에 당선되었다.

 

탁현민 행정관의 청와대 공식직함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다. 의전비서관은 대통령 일정관리 및 접견, 행사를 준비한다. 과거 탁현민 행정관의 발언과 직무와는 거리가 있다. 공무원의 품의 유지 의무는 공무직 임용 이전 보다는 공무직 임용 이후의 활동과 관계가 있다.

 

탁현민 행정관은 비록 과거의 잘못은 크지만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무대 연출 관련 동영상을 본 사람은 탁현민 씨의 뛰어난 무대 연출력을 볼 수 있다. 그의 재능이 나는 좀 아쉽다.

 

쇼펜하우어가 늦었지만 말년에 자신의 편향성을 바꾼 것처럼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신 스스로를 반성할 기회가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를 수용할 것인지 여부는 그 사회의 관용의 척도에 달려있다. 나는 누구든 반성하고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면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탁현민 행정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