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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ㆍ수업 최저 학력 최고…우린 왜 못하나 고민


내가 처음 발령 받은 학교는 전교생이 50명도 안되는 시골학교였다. 친구 집 숟가락 개수까지 훤히 알던 그때 아이들이 이젠 나와 같은 학부모가 됐고 나처럼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도 됐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산 20년 동안 스스로에게 ‘내가 잘 가르치고 있나’라는 물음을 던진 적이 적지 않았다. 교육은 ‘사람이 사람’에게 가르침을 전하는 행위이다. 제자들은 스승에게 배운 대로 그들의 제자를 가르칠 것이다. 내게 배운 아이들은 배운 대로 제 아들, 딸들과 자기 반 아이들을 가르칠 것이라 생각하니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쉽게 구해졌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교육을 생각할 때 한 인간의 성장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기보다 사회적 성취를 위한 도구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짙어졌다. 그 틈바구니에 아이들은 셀 수도 없는 시험과 살인적인 학습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핀란드 교육의 성공>(북스힐·후쿠타 세이지)은 많은 수치들과 객관적 사실을 보고서처럼 써 놓은 책이지만 한 권의 연애소설을 읽은 것처럼 가슴이 뛰게 하고, 무언가를 상상하게 하고, 교육자로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든다. 그건 아이들을 가르치고 키우는 모든 이들이 상상하던 모델이 지구상 어느 곳에서 실현되고 있으며 내 아이들에게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자책 때문일 것이다.

학원이 없는 나라, 수업시간은 세계 최저이지만 가장 높은 학력을 유지하는 나라, 장애인과 이민자에 대한 교육의 경계가 없는 나라…. 내가 사는 나라에서는 꿈이기만 한 핀란드의 성공한 교육 앞에서 교사의 고민은 깊어진다.

<김현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